‘메날두(메시+호날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는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영웅으로 등장하며 극찬 받은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해 야유를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프랑스 리그1 파리생제르맹(PSG)의 리오넬 메시는 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최고의 슈퍼스타다. 둘은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
둘은 입단하자마자 유니폼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출전하는 경기마다 표를 매진시키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도 높았다.
호날두는 논란 속에서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반면 메시는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 맨유가 원한 건 호날두의 ‘골’
맨유는 팀이 필요로 할 때 어떻게든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팀이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을 때, 흐름을 내줬을 때, 골을 넣을 만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을 때에도 개인 능력으로 어떻게든 골을 넣어 줄 해결사가 필요했다. 호날두는 바로 이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물론 호날두도 맨유 복귀 후의 삶이 모든 게 순탄한 건 아니었다. 스타성이 워낙 크다 보니 작은 이슈만으로도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특유의 독단적 성향 때문에 팀 불화설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이날 맨유의 경기력이 토트넘에 비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 실수가 많아 무너질 뻔한 장면도 꽤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 개인의 능력 덕분에 승자는 맨유가 됐고, 맨유는 14승8무7패(승점 50)로 5위까지 올라섰다. 호날두의 EPL 득점 순위도 2위(13골)까지 도약했다.
아울러 호날두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국제스포츠통계재단(RSSSF)이 집계한 개인 통산 최다 득점(807골) 기록도 새로 썼다. 누구도 그의 득점력만큼은 이견을 달 수 없다.
시즌 중반 호날두에게 의구심을 품었던 일부 팬들도 필요한 때 꾸준하게 골을 넣어주는 호날두의 건재함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 PSG가 원한 건 메시의 UCL DNA
PSG는 바르셀로나의 상징 그 자체였던 메시를 과감하게 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메시는 PSG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UCL 우승을 4차례(2005-06, 2008-09, 2010-11, 2014-15시즌)나 경험했다. UCL에서 우승하는 법을 아는 메시를 통해, 한을 풀고자 했다.
초반에는 그 효과를 보는 듯했다. 메시는 시즌 초반 리그1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잔부상까지 겹치는 악재 속에서도 UCL 조별리그에서는 5골을 넣었다. PSG가 메시와 함께하는 이번 시즌 만큼은 정말 다를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청운은 오래 가지 못했고, 메시가 중요한 길목에서 그르쳤다. PSG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UCL 16강전에서 1차전을 1-0으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1-3으로 역전패, 우승을 향한 꿈을 또 접어야 했다. 메시는 1·2차전 모두 침묵했고, 심지어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탈락의 원흉이 됐다.
UCL 우승을 위해 데려온 선수가 가장 중요한 순간 침묵, 기대했던 바를 전혀 이뤄주지 못하니 PSG로선 속이 더욱 쓰릴 수밖에 없다. 메시의 입단식날 수만명이 모여 환호해줬던 PSG의 팬들은 이제 메시의 이름이 호명되거나 메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하기에 이르렀다.
메시로선 서운하겠지만, PSG가 메시의 영입으로 얻으려던 가치가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면 아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