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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폭격뒤 아이 위험 직감, “절 죽여주세요” 외친 산모 숨져

입력 | 2022-03-14 18:01:00

AP뉴시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폭격 때 들것에 실려 구조됐던 산모와 태아가 모두 사망했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지난 주 공격 때 이 산모가 잿더미가 된 병원에서 앰뷸런스로 옮겨지던 사진 한 장은 전 세계에 퍼져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AP에 따르면 이 여성은 폭격 후 즉각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성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안간힘을 쓰자 아이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한 이 여성은 의료진에게 “차라리 저를 지금 당장 죽여주세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담당 의료진에 따르면 여성의 골반은 심하게 골절된 상태였고 제왕절개 수술을 했으나 태아는 숨을 쉬지 않았다. 이후 의료진은 여성의 목숨을 살리려 애썼지만 30분 넘는 심폐소생술에도 산모 역시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폭격 당일 워낙 현장 상황이 혼란했던 나머지 의료진은 이 여성의 이름도 모른 채 수술에 나섰다. AP는 이 산모의 남편과 아버지가 시신을 수습하러 병원을 찾아와 산모의 시신이 마리우폴 다른 시신들과 함께 공동묘지에 매장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이번 산부인과 공격이 우크라이나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식료품은 물론 물과 전기, 난방 공급이 일주일 넘게 끊긴 마리우폴 지역에서는 수술실 가동을 위한 비상 전력만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AP는 덧붙였다.

공습 다음날 출산을 한 블로거 마리아나 비쉐걸스카야 씨는 당시 얼굴에 피를 흘린 채 계단을 걸어 내려오던 사진 속 주인공이다. 그녀의 사진을 두고 러시아 관료들은 “짜여진 공격에 섭외된 배우”라고 주장했다.

대피 당시 입었던 파자마를 아직도 입고 있는 비쉐걸스카야 씨는 “그날은 3월 9일이었고 우리는 유리, 창틀, 벽이 다 무너졌을 그때 모두 다 병실에 누워있었다. 다들 영문을 몰랐고 일부는 제대로 옷도 갖춰입지 못한 채 나왔다”고 공습 당일을 회상했다.

AP는 임시로 마련된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출산이 다가올 때마다 새로운 긴장감이 감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간호사 올가 베레샤기나는 “출산하는 어머니들이 이미 너무 큰 일들을 겪어냈다”고 말했다.

이날은 폭격으로 발가락을 잃었던 한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도 진행됐다. 아이를 조심스럽게 꺼낸 의료진은 아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아이를 힘껏 문질렀고 몇 초간의 정적 끝에 아이의 울음 소리가 수술실에 울려퍼졌다.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머니와 의료진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AP는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