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022.3.10/뉴스1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30평대(전용면적 82㎡ A타입)는 최근 호가가 32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가장 저렴한 매물도 31억 원 선. 지난해 7월 최고가(28억5800만 원)보다도 최대 4억 원 가량 비싼 금액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말 한때 호가가 25억 원까지 떨어졌는데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9일 대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뒤 수도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호가가 오르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데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방향과 완화 속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시장 흐름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일인 이달 9일 5만131건이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날 4만8548건으로 3.2%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용산구(―5.5%) 도봉구(―5.2%) 광진구(―4.9%) 등의 순으로 매물 감소폭이 컸다. 서초구(―4.3%) 강남구(―4.2%)도 대선 전과 비교해 아파트 매물이 줄었다.
서울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1710채 규모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내놨던 사람들이 대선 직후엔 안 팔겠다고 한다”며 “매수 문의가 뜸했는데 이번 주말에만 집을 보고 싶다는 전화가 2통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아파트 매물은 9일 51건에서 14일 41건으로 줄었다.
대선 전후로 최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지웰카운티101동’ 전용면적 107㎡는 이달 10일 19억 원에 팔렸다. 기존 최고가(16억8000만 원·2020년 2월)보다 13.1% 올랐다. 광진구 광장동 ‘극동2차’ 전용면적 75㎡는 이달 7일 18억 원에 매매되면서 최고가(지난해 10월·17억7500만 원)를 경신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에 숨통이 트일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제 막 대선이 끝나 시장 분위기 파악을 위해 더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수 심리도 다소 회복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선이 치러진 3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0으로 전주(86.8)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8일 기준) 이후 16주 연속 하락하던 매수 심리가 17주 만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이 지수가 커질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내세운 만큼 직접 영향권인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 가격이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규제완화의 방향이나 속도가 구체화하기 전까지 시장상황이 크게 변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책 등 경제 요인도 중요한 변수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