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처음 등기이사직 사임… “해외시장 개척, 우리사회의 요구” 신임 이사엔 홍은택 부회장 내정… 네이버도 최수연 CEO 공식 선임 “제2 라인 등 새로운 플랫폼 출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15년 만에 회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수 기업’으로 불렸던 카카오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김 의장이 직접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14일 사내 게시판에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사내이사)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한 2007년 이후로 김 의장은 줄곧 사내이사를 맡아 경영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사회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의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이니셔티브센터 공동센터장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김 의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것은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수수료 인상 논란이 불거졌을 때 카카오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사업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해 내수 시장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확장 전략의 핵심 역할은 카카오픽코마(옛 카카오재팬)가 맡는다.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만화 강국인 일본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출시한 뒤 5년 만인 지난해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프랑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현지 콘텐츠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 의장도 2017년부터 주요 사업 자회사 중에선 유일하게 카카오픽코마의 사내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는 지난달 1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투자 등 굵직한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 브라이언(김 의장)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하면서 카카오는 홍은택 부회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김성수 부회장과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공동으로 이끄는 홍 부회장은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회 의장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앞서 2018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해외 사업 발굴과 투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