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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폭격에 실려나온 임신부-태아 끝내…

입력 | 2022-03-15 03:00:00

마리우폴 산부인과서 중상-이송… 제왕절개 수술전 아기 위험 직감
“절 죽여서 아이 구해주세요” 외쳐



9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병원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가고 있는 임신부. 결국 13일 태아와 함께 사망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러시아군이 9일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를 폭격했을 당시 중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구조됐던 임신부와 태아가 모두 사망했다.

13일 AP통신에 따르면 임신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골반이 심하게 골절돼 제왕수술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임신부는 의료진의 고심하는 모습에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차라리 나를 지금 당장 죽여 달라”고 의료진에 부탁했다고 한다. 결국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졌지만 태아는 호흡을 하지 않았다. 산모 역시 수술 도중 의식을 잃었다. 의료진의 30분이 넘는 심폐소생술에도 산모는 깨어나지 못했다.

폭격 당시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탓에 의료진은 산모의 이름도 모른 채 수술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산모의 남편과 아버지가 병원을 찾아와 산모의 시신을 공동묘지에 매장하는 대신 유족에게 넘길 수 있었다. 러시아는 산부인과 폭격에 대해 “우크라이나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짓”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같은 산부인과에 있었던 블로거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 씨는 구조된 다음 날 다행히 출산을 했다. 그는 당시 얼굴에 피를 흘리며 계단을 걸어 내려오던 사진 속 주인공이다. 러시아 측은 그를 두고 “짜여진 공격에 섭외된 배우”라고 주장했다. 비셰기르스카야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피 당시 입었던 점박이 파자마 차림으로 “우리는 유리, 창틀, 벽이 다 무너졌을 그때 모두 다 병실에 누워 있었다. 다들 영문을 몰랐고 일부는 제대로 옷도 갖춰 입지 못한 채 나왔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