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주장 쿠르드족 1명 부상… 美 “터무니없어” 핵합의 복원 위한 압박용 해석도
13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 에르빌에 쏟아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망가진 집 앞을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북부 에르빌의 미국영사관 인근을 포격했다. 에르빌=AP 뉴시스
서방국가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을 하고 있는 이란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에르빌에 있는 미국영사관 인근 지역을 향해 이례적인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AP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의 음모와 악행의 중심인 전략시설을 강력한 정밀 미사일 여러 발로 타격했다”며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전략 시설’을 전날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사용한 미사일의 개수는 총 12개라고 한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5일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해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 2명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쿠르드족 1명만 다쳤다.
그런데 이란이 공격한 지점 근처엔 현재 비어 있는 미국영사관이 있어 이란의 공격 의도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의 한 관리는 AP통신에 “에르빌 주재 미국영사관이 공격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및 이라크의 다른 관리들은 공격의 목표가 미국영사관이라는 점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란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 사실이라면 2020년 1월 이후 이란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처음이다. 당시 이란은 같은 달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개 살상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서부의 공군기지를 타격했다.
이란이 핵합의 복원을 위한 압박 용도로 의도적으로 미국영사관 인근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합의는 당초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에서 이란에서의 경제활동은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