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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하늘길 막히자… 연어값 87% 껑충

입력 | 2022-03-15 03:00:00

노르웨이산 우회 항공운임 비싸져
원양조업 막힌 명태값도 13% 올라… 사태 장기화 땐 밥상물가 자극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일본식 덮밥집은 10일부터 사케돈(연어덮밥)을 메뉴에서 뺐다. 도매상이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을 최근 2주간 40% 넘게 올렸기 때문이다. 거래처는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 화물편이 막혀 발주량의 4분의 1만 들어오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연어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연어와 명태 등 수입 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수입하는데 러시아 영공 폐쇄로 우회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항공 운임이 비싸졌다. 러시아산 명태는 원양 조업과 수입대금 결제가 막혀 냉동 비축분에 의존하고 있다.

14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산 생연어(1kg)의 도매가는 2만4500원으로 3주 전(1만3100원)보다 87% 올랐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생연어를 직수입하는 한 도매업체는 거래 식당에 공급하는 생연어 필릿(덩어리·1kg) 가격을 1만3000원 올렸다.

마트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마트는 노르웨이산 생연어(100g)를 지난주 3880원에서 4480원으로 15% 올렸고, 롯데마트는 3780원에서 4780원으로 26% 인상했다. 홈플러스는 15일 3890원에서 4190원으로 7.7% 올린다. 우회 항공료 등 물류비 급등이 원인이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명태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냉동 명태 한 마리의 소매가는 14일 2655원으로 러시아의 침공일인 지난달 24일(2351원)보다 12.9% 올랐다. 국내 명태 유통 물량의 60%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산 냉동 명태 도매가격도 2주 새 12% 올랐다.

러시아 근해에서 명태 원양 조업을 하는 A사는 현지 정부에 내야 하는 입어료(入漁料)를 못 내서 다음 달 조업이 불확실한 상태다. 러시아 은행들이 제재 대상에 올라 송금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명태를 수입하는 B사는 “러시아 업체에 루블화로 결제해 왔는데 환율이 요동치면서 최근 물건 구입을 중단했다”며 “현재 거래되는 명태 가격은 전년 대비 30% 올랐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는 “먹태(검게 건조된 명태)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며 먹태 사재기를 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급식업체와 식품업체 대부분은 연어와 명태가 3∼6개월 비축분이 있어 당장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반기(7∼12월)까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격이 비싼 미국산 명태로 수입처를 바꾸는 게 불가피해 식탁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