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시장 다시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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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상담” 전면에 내건 중개업소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30평대(전용면적 82m²A 타입)는 최근 호가가 32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가격이 가장 낮은 매물도 31억 원 선. 지난해 7월 최고가(28억5800만 원)보다 최대 4억 원가량 비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말 호가가 25억 원까지로 떨어졌는데 재건축 방안을 담은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9일 대선 이후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뒤 수도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호가가 오르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 집값이 단기적으로는 올라도 부동산 규제 완화 방향과 완화 속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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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1710채 규모의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내놨던 사람들이 대선 직후엔 안 팔겠다고 한다”며 “매수 문의가 뜸했는데 이번 주말에만 집을 보고 싶다는 전화가 2통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아파트 매물은 9일 51건에서 14일 41건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내세운 만큼 직접 영향권인 재건축 단지 등 일부 지역 가격이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방향이나 속도가 구체화하기 전까지 시장 상황이 크게 변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책 등 경제 요인도 중요한 변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노후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나 용적률 상향, 부동산 세 부담 완화 등 공약이 현실화하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규제 완화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져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고, 신규 공급이 원활해지면 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