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렉산드르 페드첸코
우크라이나의 자동차 관련 TV프로그램 진행자인 정비사 올렉산드르 페드첸코 씨(38)는 지난달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하자 자신이 운영하는 정비소 직원들과 둘러 앉았다.
“우크라이나군을 어떻게 도울지 아이디어 회의를 했는데 놀랍게도 직원들 중 상당수가 군용 무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 정비사들 ‘무기 개조’ 재능 기부
‘정비사 어벤져스’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군에 맞서 재능 기부를 결합한 조직적인 저항을 펼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1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군 장갑차와 탱크 등을 파괴하고 나면 본체에서 중기관총 등 무기를 떼어낸다. 우크라이나 보병이 사용할 휴대용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기계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민간인 기술자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 키이우 등에서는 자동차 정비소가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무기를 만드는 ‘지하 무기 제조공장’, ‘사설 병기창’ 등으로 탈바꿈했다. 정비공 등 기술자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결성해 속속 가세하고 있다. 러시아군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에게 나눠 줄 화염병도 이곳에서 상당수 만들어진다.
무기 개조에 참여한 정비사들은 “엄밀히 따지면 현행법 위반이지만 조국을 구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페드첸코 씨는 “우리는 언제든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무기들을 넘겨받아 실전에 곧바로 사용하고 있다. 그 덕에 키이우를 압박해오는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농민들, 트랙터로 러 무기 끌어와
러시아군 장갑차들. 뉴시스
이들 농민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수송군’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우크라이나에선 숙녀에게 나이를, 남자에게 연봉을, 농민에게 대공미사일 발사차량의 출처를 묻지 말라”, “농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탱크들을 훔치기 시작한 지 10여일 만에 비공식적으로 유럽의 5번째로 큰 군대가 됐다”는 등의 농담과 찬사가 트위터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언제든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대담하게 트랙터로 전차, 탱크를 노획하는 우크라이나 농부들의 모습은 저항의 상징이 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일부 농민들은 전쟁 물자를 수집하거나 고철로 팔기 위해 러시아군 무기를 훔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