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0년 만에 평균 2000원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조짐으로 국제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과 함께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ℓ당 2000.95원이다. 전일 대비 12.91원 올랐다.
전국 시도별로는 제주(2106원)가 2100원을 돌파하며 2008년 오피넷 구축 이후 처음으로 21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ℓ당 1700원을 기록했던 휘발유 가격은 불과 한 달여 만에 300원이나 껑충 뛰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주간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3월 첫째 주 전국 휘발유 판매가는 전주 대비 24.2원 올랐으나 3월 둘째 주에는 한 주 만에 무려 100원(97.6원)이 뛰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그 충격이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물가 부담을 줄이고자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계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현행 20%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하며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3월 둘째 주 배럴당 122.8달러로, 전주대비 16.6% 급등했다. 두바이유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9월 이후 약 7년6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3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에 더해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교통세가 탄력세율이 아닌 법정세율인 ℓ당 475원을 기준으로 30%를 인하하면 유류세는 516원까지 내려간다. 20% 인하율 적용 시와 비교해 141원이 더 줄어 유류세 인하 전보다 305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 오름 폭이 워낙에 커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류세 인하폭 확대여부와 함께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면 5월 재연장 시점에 맞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