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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오프라인 매장은 죽지 않았다”

입력 | 2022-03-16 03:00:00

체코 프라하대, 상점 479곳 등 분석
인구 집중도 따라 팔리는 제품 달라
매장 클수록 제품 판매율 높기도
“온라인 시대에도 상권-입지 중요”




온라인 시장 매출이 오프라인을 넘어선 코로나 시대의 국내 유통 상황을 보면 오프라인 매장 입지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죽지 않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아직은 오프라인이 우위에 있는 영역이 적지 않다. 제품의 물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 제품 탐색 과정에서의 몰입도, 직원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조언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학계의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체코 프라하대 연구팀이 매장의 지형 공간 및 사회 인구학적 특징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여전히 상권과 입지는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매장이 인구 집중도가 높은 곳에 자리 잡는 경우 화장품처럼 시내 중심지 매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가벼운’ 제품들의 판매는 늘고, 유아용품이나 주방 세제처럼 주로 도시 외곽에서 판매되는 ‘무거운’ 제품들의 판매는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인구 집중도가 1% 증가할 때 디오더런트와 립밤의 매출은 0.06∼0.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데 반해 주방세제의 판매는 0.1%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또한 매장이 소득이 높은 곳에 위치하면 위생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는 늘고, 화장품 소비는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쟁 매장이 길거리에 있는 상점 형태일 때는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경쟁 매장이 쇼핑몰에 입점하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안에 위치한 매장은 일반 상가나 길거리에 있는 매장에 비해 모든 제품군에서 80% 이상 높은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됐다.

매장의 크기도 유의미한 요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장이 클수록 제품의 판매율도 높았다. 화장품 중에서도 머리 스타일 관리를 위한 헤어 액세서리 제품이 매장의 크기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단, 이는 대형 매장이 소형 매장보다 훨씬 다양한 헤어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이 연구는 각 기업이 제공한 매출 데이터와 오픈 소스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지리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계량경제학의 모델링과 군집 분석 기법이 사용됐으며 체코에 있는 479곳의 일용 소비재(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체인점과 제품 58종이 분석 대상이 됐다. 이 연구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카드 데이터나 통신 데이터를 위치 정보와 결합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매출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는 말처럼 인간은 돌아다녀야만 온전한 인간이 된다. 그리고 호모 비아토르의 목적지 중 하나는 결국 오프라인 매장이다.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