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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초반 퀄리티스타트… 양창섭의 5선발 도전기

입력 | 2022-03-16 03:00:00

2∼3이닝 등판하다 차츰 늘리지만 투구수 80개 넘지 않는 짠물투로
6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 보여
황금사자기 MVP 두 번 받았지만 팔꿈치-허리 부상에 긴 재활 겪어
삼성 마운드의 빈틈 메울지 기대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프로 데뷔 첫해(2018년)에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로 씩씩한 모습을 보인 삼성 양창섭. 삼성 제공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시종 팽팽하게 진행됐다. 결국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다. 대체로 시범경기 초반에 선발투수는 2, 3이닝을 던지며 시범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이닝 수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날 삼성 선발로 나선 양창섭(23)은 6이닝 5안타 4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당초 양창섭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닝이 아니었다. 2018년 프로 데뷔 이후 팔꿈치, 허리 부상 등으로 오랜 터널을 지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에게 ‘80구 투구’라는 과제가 주어졌을 뿐이다. 약 5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매 이닝 평균 13개를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를 펼친 양창섭은 투구 수 제한 속에서도 선발의 덕목인 6이닝을 채웠다.

외국인 원투 펀치인 뷰캐넌, 수아레즈(이상 33)와 지난해 각각 14승을 기록한 토종 선발 원태인(22), 백정현(35)까지 든든한 선발진을 갖춘 삼성은 현재 똘똘한 5선발감을 찾고 있다. 양창섭은 장필준(34), 허윤동, 이재희(이상 21)와 함께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후보들이 선보인 모습을 살피며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후보들 중 가장 먼저 나선 장필준이 12일 한화전에서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양창섭이 발군의 무력시위로 크게 한발 앞서갔다. 15일 KIA전에 나선 에이스 뷰캐넌(2이닝 2안타 2삼진 1실점)보다도 좋은 모습이었다.

양창섭은 덕수고 재학 당시부터 돋보였다. 2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2년 연속 우승(2016∼2017년)으로 이끌었고 자신도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2년 연속 MVP는 1983∼1984년 당시 광주일고 소속이던 박준태(전 KIA 코치·55)에 이어 33년 만에 나온 역대 2번째 기록이었다. 프로 데뷔 첫해에도 소위 능글맞은 경기 운영으로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로 활약했지만 첫 시즌을 보낸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으로 9경기 등판에 그쳤다.

수년 동안 투수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은 지난해 오른손 투수인 원태인, 왼손 투수인 백정현이 데뷔 후 첫 10승 이상을 거두며 결실을 맺었다. 이들의 활약 속에 팀도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을무대를 경험했다.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낸 ‘황금사자기 스타’ 양창섭까지 올해 선발로 자리를 굳힌다면 삼성의 ‘선발왕국’도 꿈은 아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