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불편한 편의점’ 등 따뜻한 색 활용한 표지 그림 독자들에게 ‘힐링소설’ 느낌 줘 출판사들, 기존 명화 사용 대신 내용 맞춰 일러스트 제작 붐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노란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가게를 그린 책 표지 2점이 눈길을 끈다. 차분히 앉아 무언가를 쓰는 손님이 있는 서점 밖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의 풍경이 합쳐져 편안함을 준다. 비슷한 구도의 다른 표지에는 할머니가 편의점 파라솔 아래 앉아있고 직원이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장면이지만 색감이나 구도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씨(31)가 그린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와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의 표지 그림이다. 출판계에서는 ‘힐링 소설’로 꼽히는 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가 그린 표지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이달 첫째 주(2∼8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출간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같은 기간 교보문고 소설분야 2위에 올랐다.
반 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색을 사용해 힐링 소설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며 “두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비슷한 표지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편집자는 “힐링 소설을 찾는 독자들은 표지를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표지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출판사들은 명화 같은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책 내용에 맞춰 표지를 제작하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표지를 새로 제작하면 기존 그림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많게는 수백만 원가량 더 들지만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분위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영상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늘면서 표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