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삶의 질 2021 보고서’ 발표 재택근무-원격수업에 운동량 줄어 성인 비만율 38%… 처음 35% 돌파
40대 남성 직장인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2020년을 거치며 몸무게가 76kg에서 80kg으로 불었다. 이듬해 건강검진에선 ‘비만’ 진단을 받았다. 예전엔 꾸준히 다니던 헬스장을 감염 우려로 못 가니 운동량이 부쩍 줄어든 탓이다. A 씨는 “외식 대신 고칼로리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고 집 안에 오래 머무니 몸무게가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국내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으로 조사됐다. 국내 성인 가운데 비만인 비중을 나타내는 비만율은 처음 35%를 돌파해 역대 최대치였다.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 ‘집콕’이 일상화된 데다 운동시설 이용이 제한돼 활동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성의 절반가량이 비만으로, 비만율이 여성의 1.7배였다.
15일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만 19세 이상 인구의 비만율은 38.3%로 전년 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은 기존에 증가세였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남성 비만율이 48.0%로 여성(27.7%)의 1.7배였다. 본래 남성 비만율은 2001년(31.8%)부터 증가세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증가 폭이 여성보다 더 커졌다. 남성은 2020년 48.0%로 전년보다 6.2%포인트 뛴 반면에 여성은 27.7%로 전년보다 2.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재헌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직장인 비율이 높은 남성들의 야외 활동이 급격히 줄면서 식생활이나 운동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비만율이 41.6%로 가장 높았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30대가 재택근무로 운동량이 유독 줄어 비만율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문화생활이나 여행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2021년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비율은 24.1%, 관람 횟수는 4.5회였다. 2019년(66.2%, 8.4회)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국내 여행일수도 2020년 5.81일로, 2019년(10.01일)에 비해 급감했다.
감염 위험으로 대면 접촉이 줄며 사람들의 고립은 심화됐다.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2019년보다 6.4%포인트 늘었다. 사회적 고립도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등 위기 시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을 뜻한다. 사회적 고립도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아져 60대 이상은 41.6%로 나타났다.
대인 신뢰도(개인이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신뢰도)는 2020년 50.3%로, 전년 대비 15.9%포인트 줄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타인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기관 신뢰도는 2020년 47.0%로 전년보다 5.5% 늘었다. 의료계가 71.2%로 가장 높았고 국회가 20.2%로 가장 낮았다. 통계청은 “정부의 선제적 방역 대응으로 기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