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정부서울청사 카드 사실상 철회” 외교부 청사는 공간 부족 등 난제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 이전 급부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용산동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초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에 따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그러나 경호와 보안 문제, 청와대 부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공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용산 국방부 청사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
○ 尹측 “용산 국방부 청사 카드 적극 검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 등의 설치 장소를 두고 최근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용산의 국방부 청사 등 총 3곳을 놓고 검토해왔다”라며 “이 중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후보지 3곳 중 정부서울청사 카드는 사실상 철회됐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 비서실,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라며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한 카드가 ‘용산 국방부 청사’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도·감청이나 경호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국방부 청사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유사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방부 영내에 지하 벙커는 구청사, 신청사, 합동참모본부 청사 등 3곳에 위치해 있다. 국방부 신청사와 구청사에 남은 공간이 충분해 국방부가 별도 공간으로 이전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한다면 본관 신청사로 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신청사를 쓰는 국방부를 구청사로 옮길 여유 공간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광화문 대통령’의 상징성을 포기해야 하는 게 단점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그 대신 청와대를 100%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이 준공되면 공원 안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셈”이라며 “당선인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산보를 나가면 국민을 곧바로 만날 수 있다”라고 했다.
○ “尹 임기 시작 전까지 절차 마무리”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인사들은 국방부를 방문해 본관, 합동참모본부 등 청사 면적과 근무 인원 등에 대한 자료를 받아갔다.
현재 TF는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총괄하고 있다. 윤 의원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함께 집무실과 관저 후보지를 직접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임기 시작 전까지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라며 “늦어도 다음 주초까지는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尹 집무실 용산 가면, 관저는 한남동 공관촌 유력
광화문 가면 삼청동 총리공관 1순위
출퇴근때 주민 피해 최소화 고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뒤 거주할 관저는 집무실의 위치와 연동돼 있다. ‘광화문 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이, ‘용산 시대’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이 유력하다. 당선인 직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관저로는 옮겨가는 집무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관들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 출퇴근 시 신호등 문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 청사로 옮겨간다면 한남동 공관촌에 있는 3군 총장 공관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3군 총장 공관 세 곳은 서로 붙어 있어 담을 터 한집처럼 쓸 수 있다. 대통령 경호 인력이 상주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다.
집무실이 외교부 청사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결정된다면 차로 약 10분 거리의 총리 공관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은 윤 당선인 가족과 대통령 경호 인력이 함께 상주하기엔 비교적 좁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인근에 영업하고 있는 가게들이 많아 경호가 강화되면 국민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점 요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