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키이우를 찾은 마테우스 모라비에키 폴란드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나는 강하고 단호한 유럽을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모라비에키 총리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 지도부와 회담하는 모습. 모라비에키 총리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News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째를 맞은 1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향한 러군의 공습과 포격은 계속됐다. 우크라 당국은 건물이 불타고 사람들이 잔해에 묻힌 가운데 최소 5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황이 격화할수록 서방 동맹은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주 개전 후 처음으로 유럽 방문을 앞둔 가운데, 이날 폴란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총리가 키이우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디데이(D-day)’가 밝아오고 있다. 미 동부 시간으로 16일까지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 러시아는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테우스 모라비에키 폴란드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기차를 타고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직접 찾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을 개시한 이래 외국 정부 수장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라비에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 지도부와 회담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것은 더 이상 유럽이 아니다. 패배하고 굴욕적이며 애처로운 옛날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그러면서 “강하고 단호한 유럽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정상의 방문은 러군의 키이우 함락 시도를 우크라군이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신뢰의 상징이자, 우크라 국민들과의 연대의 표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는 24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며, 이 역시 연대와 동맹 강화의 상징으로 관측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 개최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논의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구 절반 남은 키이우…지하철역 방공호에서 밤 보내는 시민들
키이우의 전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인구 340만 명 중 약 절반이 피란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남은 주민들은 지하철역 방공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이날 동틀녘 두 번의 강력한 폭발이 키이우를 뒤흔들었고, 이내 아파트 한 블록이 포격을 받고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진다.
◇포위된 마리우폴서 2000대 차량 행렬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 간 2차 휴전협상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공동 제공안이 합의된 이후 조금씩 민간인 대피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열흘 넘게 러군에 포위돼 식량과 식수, 전기, 난방 공급이 끊겨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이날 약 2000대의 차량이 시를 빠져 나갔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그러나 마리우폴에 남은 민간인을 위한 보급품을 실은 호송 차량은 인근 베르디얀스크에서 멈춰 있다고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전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주(州) 최남단에 위치, 아조우해를 낀 항구 도시다. 러시아가 기 점령한 남부 크름과 친러 반군 우세 지역인 동부 전선을 이을 전략 요충지로, 전쟁 초기부터 격한 공격을 받아왔다.
한편 러시아 접경지로 현재 포위된 것으로 관측되는 북동부 수미에서도 이날 수천 명의 민간인을 태운 100여대의 버스가 인도주의 통로를 향해 도시를 떠났다고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밝혔다. 이들은 중부 루브니로 향하고 있다.
◇러군 우세 차지 못한 채 민간인 피해만 가중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를 중심으로 무차별 공격을 지속하고 있지만, 3주가 되도록 우크라이나 10대 도시 중 어느 곳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러군은 흑해를 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서방 정보 당국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약 300만 명까지 늘었다.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징집령이 내려져 전투 가능한 성인 남성은 출국할 수 없다.
떠나지 못한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희생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기준 97명의 어린이가 이번 전쟁 중 숨졌다고 밝혔다.
남부 격전지 미콜라이우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루마니아 국경에 다다른 한 여성은 언론에 “지금 러시아 군인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젤렌스키, 러군에 항복 요구…러 “목표 달성해야 공격 중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그는 “당신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죽어갈 것”이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열망과 관련, 타협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반면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목표가 달성돼야 ‘특별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전쟁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서방 추가 제재…러, 고립 가속
서방의 추가 제재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 국방부 고위인사 11명을 입국 금지 및 해외 자산 동결 등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전쟁을 도운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직접 제재 대상이 됐다.
영국은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과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사치품 수출 금지, 에너지 부문 투자 금지, 철강제품 수입 금지 등 러시아 경제를 옥죄는 4번째 제재를 채택했다. 아울러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기관 및 기업 지도자들의 자산도 동결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달러화 표시 국채 2개에 대해 1억1700만 달러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디데이(D-day)’가 밝아오고 있다. 미 동부 시간으로 16일까지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 러시아는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