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 - WSJ 갈무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이러한 방안이 실현될 경우 국제 원유시장을 지배하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흠집이 생길 전망이다.
지난 6년간 지지부진했던 위안화 표시 원유 거래에 대한 양국의 논의는 올 들어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에 대한 사우디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미국의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 사우디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것을 비난하자 지난달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거부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또 경제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유국 중 하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990년대 초 미국은 하루 20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수입했지만 2021년 12월에는 하루 50만 배럴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중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4분의 1을 소화해 주고 있다. 사우디의 가장 큰 고객인 것이다.
이에 사우디는 대중 수출분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일명 ‘페트로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는 등 중국과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상하이에 위안화로 거래하는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하는 등 위안화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제원유시장에서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지는 못했다.
사우디가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 지원하는 대가로 오직 달러화만으로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길 전망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안보분석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갤 루프트는 “원유시장, 더 나아가 전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보험”이라면서 “거기에서 벽돌 하나를 빼면 벽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