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정책특보에 이명박(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정계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기존 정부에서 활약하거나 눈여겨 본 인사들을 발탁해 안정적인 운영에 방점을 두고 인수위를 꾸리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라인에는 MB계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한미동맹을 중시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분야에는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이 기용돼 성장과 복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 외교·안보 분야, 주로 MB계 기용
발표된 12명의 인수위원 중 정치외교 분야는 주로 MB계 인사들이 발탁됐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냈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외교 안보 정책을 자문했던 김 교수는 윤 당선인 후보 시절부터 외교 안보 공약 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윤 당선인과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당선인이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것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교안보 위원으로 발탁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또한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청와대에서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내며 ‘외교안보 실세’로 통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밀실 처리 논란으로 사퇴했으며 현재 ’군 댓글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발표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 임태희 전 한경대 총장, 이동관 디지털서울 문화예술대 총장 또한 각각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실장, 비서실장, 홍보수석을 지낸 MB맨이다.
◆ 박근혜 정부 출신, 경제·복지 분야 포진
박근혜 정부 측 인사들은 경제 분야에 대거 기용됐다. 경제1분과 간사 최상목 농협대학교 총장은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를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했다.
경제1분과 위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힘찬경제추진단 추진위원을 맡았고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당선인 정책특보로 임명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숙 숭실대 교수도 박근혜 정부 정책통으로 꼽힌다.
19대 국회의원 출신인 강 특보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윤 당선인 후보 시절부터 정책 지원을 해온 핵심 경제 참모다. 김 특보 또한 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 고용복지수석을 역임했다. 윤석열 선대본에서 고용복지정책본부장을 맡아 복지 및 일자리 공약을 총괄했다.
공개된 12명의 인수위원 외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경제2·과학기술교육·사회복지문화 분과 인선은 이번주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제 분야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내고 선대본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역시 인수위 또는 내각 기용설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