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스타트업 발굴·육성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2022년도 역시 그린경제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지원합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예비창업자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2021년에 지원받은 스타트업 56여 개의 기업 중 20개 기업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in 과기대’를 기획했습니다.
미래 그린경제 분야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변화를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지원 보내주세요.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대표적 분야 중 하나로 명품 시장이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 시장은 3495억 5900만 달러(약 435조 원)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그중 한국 시장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141억 6500만 달러(약 18조 원)였다.
엘알에이치알 김정민 대표. 출처=IT동아
명품 특성상 오프라인 구매 선호는 여전하지만, 온라인 거래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을 탄 명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명품 거래 플랫폼 업계 1위인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액 35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60% 늘어난 수치다.
엘알에이치알(LRHR)을 창업한 김정민 대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명품 수선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명품은 특성상 다른 의류나 장신구에 비해 수선 수요도 높다.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묵혀두거나 버리기보다는 어떻게든 잘 관리하고, 수선해가며 오래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선을 아무 데서나 맡기지도 않고, 맡길 수도 없다. 명품 브랜드 특성을 살려서 수선할 수 있는 명품 전문 수선점과 장인들을 찾아야 한다.
명품 전문 수선점과 장인들은 보통 오프라인 명품 판매처 주위에 모여있다.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이들의 다양한 수요를 감당할 2차 시장이 형성되면서 하나의 거리를 이룬다. 청담동 명품 거리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명품 유통처가 온라인으로까지 다각화됨에 따라 이러한 명품 거리의 구심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엘알에이치알의 명품 수선 플랫폼 '패피스'. 출처=엘알에이치알
LRHR의 해법은 단순명료하다. 명품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만큼, 수선 시장에도 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명품 수선사들을 묶어주는 온라인 플랫폼인 ‘패피스’를 구상했다. 영업을 뛰며 국내 주요 명품 수선사와 장인들을 확보한 뒤 지난 11월 서비스를 런칭했다.
패피스는 런칭 후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누적 이용자 5만 명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이용자들 반응도 좋지만, 입점한 수선사들의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수선사 입장에선 별다른 온라인 마케팅 없이도 온라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현재는 서비스 안착을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향후에는 수수료를 바탕으로 수익화에 나설 예정이다.
엘알에이치알 김정민 대표. 출처=IT동아
LRHR을 창업한 김 대표는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 공동 창립자들도 비슷한 또래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 때문에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의심이 이들을 더욱 채찍질하며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대학교 예비창업패키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멘토링을 통해 확보한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 됐다. 좋은 멘토를 만나 인연을 맺은 덕분에 사업적 도움을 꾸준히 받을 수 있었고, 투자로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앞으로 LRHR의 수선 인프라라는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뒤 명품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기업 간 거래(B2B)로의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커머스에 수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커머스 업체들이 직접 수선 인프라를 마련하는 대신 패피스가 확보한 수선 인프라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초를 목표로 중고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도 패피스로 확보한 수선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