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의지와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식으로 닻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 측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만큼은 연일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국방부 청사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등 3곳을 후보지로 두고 이전을 검토했지만 국방부 청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 “구중궁궐 청와대에선 소통 부재”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5월 10일 취임해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다는 점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확실한 것은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을 백지화 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전 원칙을 확고히 한 것. 김 대변인은 “워낙 청와대란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져서 들어가면 국민들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13일 반려견 토리와 함께 한강 산책에 나서고,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경복궁 인근을 산책하는 등 국민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새 집무실 후보지로는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용산구 용산동의 국방부 청사 등 3곳이 거론된다.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를 100%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민에 가까이 다가겠다는 이전 취지와 달리 국민과의 소통이 더 어렵다는 단점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인데, 국방부 청사로 가면 ‘군복 입은 대통령’ 이미지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광화문으로 옮길 경우 주변 높은 건물과 도심 인파로 경호 의전 문제 해결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 현재 청와대에 있는 지하벙커, 영빈관 등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 후보지로 꼽히는 국방부 “이전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청사 이전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이달 말까지 장관실 등이 있는 국방부 신청사 1~5층 사무실을 정리하는 방안을 고려 하고 있다. 이날 군 내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과 경호인력의 예상 사용 장소와 기존 신청사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및 국방부 각 부서들의 예상 이전 장소 정보들이 퍼지기도 했다.
국방부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국방부와 합참 수뇌부가 연쇄적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될 경우 지휘공백으로 인해 군 대비태세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군 내부에선 1~2년 기간을 두고 천천히 이전 작업을 진행해야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면서 “당장 연쇄 이전으로 근무지가 바뀌면 거주문제 등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3월 말까지 사무실을 정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건 아니다”면서 “아직까진 검토되는 안에 불과하고 관련 부서에서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