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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尹 첫 회동 무산… 자제와 배려로 신구권력 충돌 피해야

입력 | 2022-03-17 00:00:00

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당선인. 청와대사진기자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제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을 4시간 앞두고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도 회동 연기를 전하며 “그 사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기로 합의했다”고만 했다. 양측은 실무 차원의 협의를 계속 진행해 회동 날짜를 새로 잡겠다고 했다.

정권 교체기에 신구 권력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지만 이처럼 사전 예고된 회동이 돌연 무산된 것은 처음이다. 대선이 끝나고 퇴임할 대통령과 취임할 당선인이 만나 당선을 축하하고 순조로운 정권 인수인계를 약속하는 것은 비록 의례적 이벤트일지라도 우리 정치의 민주적 성숙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하지만 이번에 그런 관행적 첫 단추부터 엇박자를 내며 감정의 골을 드러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이 회동 무산 이유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 등 각종 의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동에 앞서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였다. 당선인 측은 사면 결정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했다. 임기 말 청와대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도 당선인 측은 ‘사전 협의’를 주문했고, 청와대는 “5월 9일까지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맞섰다. 당선인의 민정수석비서관 폐지 발표를 두고도 청와대는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근거로 삼느냐”고 발끈했다.

이처럼 갈등이 표면화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났다면 얼굴만 붉히는 자리가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원활한 인수인계 같은 약속이면 충분했을 자리인데, 양측이 각각 여전한 ‘국회 권력’, 승자의 ‘권리 행사’를 내세워 자존심 다툼을 벌이다가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회동 연기로 양측 모두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서로 자제하고 배려함으로써 타협의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더욱 황폐하고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

3·9대선 결과는 자명하다. 여당의 패배는 현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동시에 야당의 박빙 승리는 겸손하라는 주문이었다. 선거 직후 대통령과 당선인 모두 통합과 협치를 다짐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그런 민의는 외면당하고 있다. 물러가는 권력은 5년 전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들어오는 권력은 5년 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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