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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교계 발칵 뒤집은 ‘가짜 상속녀’ 獨 추방 위기

입력 | 2022-03-17 03:00:00

러시아계 독일인 안나 소로킨… ‘수백억원 상속인’ 주장하며 돈 펑펑
절도-사기 혐의로 징역형 수감… 작년 가석방 됐다 비자 문제 구금
최근 美이민국서 송환결정 받아




수백억 원의 재산을 가진 상속녀 행세를 하며 미국 뉴욕 사교계를 감쪽같이 속인 러시아계 독일인 안나 소로킨(31·사진)이 미국에서 강제추방돼 독일로 송환될 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의 실제 모델인 소로킨은 2013년 ‘애나 델비’라는 가명으로 뉴욕 사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거침없는 언변과 명품 옷, 고급 식사와 호텔 숙박 등으로 패션, 예술, 부동산, 금융,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요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6000만 달러(약 746억 원) 재산을 가진 독일계 부자의 상속인”이라는 소로킨의 거짓말은 그가 저명한 인물들과 쉽게 친분을 맺는 배경이 됐다. 당시 그는 지인한테 빌린 돈으로 명품을 사들이고 맨해튼의 특급호텔에서 지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소로킨은 맨해튼에 비공개 예술 사교 모임인 ‘애나 델비 재단’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서류를 위조해 은행에서 2200만 달러(약 274억 원)를 대출받으려다 실패해 호화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뉴욕 검찰은 소로킨에 대해 2016년 11월∼2017년 8월 공짜로 타인 소유의 개인 전용기에 탑승하고, 고급 호텔에 돈을 안 내고 투숙하면서 무전취식을 하는 등 27만5000달러(약 3억4000만 원) 상당의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2019년 5월 다수의 절도와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소로킨은 사기 전모가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추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소로킨이 가짜 상속녀임은 물론이고 패션스쿨 중퇴자 출신에 패션잡지에서 인턴을 한 게 경력의 전부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백만장자라던 그의 아버지는 독일로 이주한 러시아 출신의 트럭운전사였다.

그는 자신의 사기 행각을 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넷플릭스로부터 32만 달러(약 4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로킨은 지난해 2월 가석방된 후 다시 비자 문제로 붙잡혀 1년간 구금 생활을 하다 최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송환 결정을 받았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