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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등 매달 1곳씩 분양원가 공개… 부동산 정보 투명하게 알릴 것”

입력 | 2022-03-17 03:00:00

김헌동 SH공사 사장 인터뷰
회사 주인은 1000만 서울 시민… 처음부터 정보공개 확실히 했다면
대장동 의혹-LH사태 안 터졌을 것… 공공임대 종부세-재산세 개선해야



취임 4개월을 맞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15일 “SH공사는 1000만 시민의 것”이라며 “임기 내에 분양원가, 설계도면, 보유자산 등 SH공사의 주요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매달 1곳씩 분양원가 공개를 할 겁니다. 이달에는 내곡동을 공개하고요. 이 회사 주인은 1000만 서울시민이니까 (주인에게) 공개하는 건 당연하죠. 진작 했으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도 안 터졌을 겁니다.”

지난해 11월 사장이 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67)은 시민운동가에서 공공기관 대표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말에 거침이 없었다. 15일 취임 4개월 만에 가진 인터뷰에서 김 사장은 분양원가, 보유자산 등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며 SH공사의 주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달 분양원가 공개 대상지가 내곡동이다.

“내곡동 하면 뭐가 떠오르나? 오세훈 시장 처가 땅이 떠오를 거다. 내곡동 현장 가서 분양원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분양가가 약 8억 원이다. 우리(SH공사)는 강남에 분양하는데 약 4억 원이다. 원가는 약 3억 원이고. 그걸 공개하는 거다. (대장동과) 바로 비교가 될 거다.”

―연일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매달 하나씩 하고 있다. 시민운동 할 때 SH공사를 상대로 분양원가 공개 소송까지 했고 취임 한 달 만에 공개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들에게 자료를 보여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다른 주택 공공기관이 모두 공개할 때까지 계속할 거다. 보유자산도 공개했고 상반기엔 설계도면도 공개할 거다. 초등학생도 99m²(30평) 아파트 건축비가 약 2억 원밖에 안 된다는 걸 알 때까지….”

―LH 등 다른 공공기관은 공개를 안 하는데….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지난 세월 일어난 모든 일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못 하는 거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시의회와 언론이 감시하고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해야 만연한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취임하며 ‘반값아파트’ 공급을 약속했다. 공급하겠다고 한 강남 5억 원 아파트를 언제 만날 수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2·4대책 때 반값아파트를 공언했지만 여전히 공급된 건 한 채도 없다. 우리는 5월 중 후분양 예약방식으로 먼저 수백 채의 예약을 진행할 거다. 임대기간도 지금의 40년이 아닌 99년까지 늘릴 거다. 그래서 이름도 ‘(가칭)백년주택’이다. SH공사 보유 토지가 있는 고덕강일, 위례, 마곡 등에 할 건데 대대적으로 하려면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뿐 아니라 국회가 도와줘야 할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얘기를 했나.

“지난해 7월 윤 당선인을 만났다. 당시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비슷한 생각을 확인했다. 정책보다 어떤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기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특히 부패나 비리가 발생하는 근원을 찾아 제거하고 대안을 만드는 별도 행정부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큰 신뢰가 갔다. 당선됐으니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분양원가 공개를 서둘렀으면 한다. 토지가 아닌 건물만 분양하는 SH공사 방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 SH공사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임차료가 시세의 40% 수준인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낸다. 지난해 SH공사가 낸 종부세가 462억 원이나 된다. 이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시민운동을 했다. 공직을 맡게 된 계기가 뭔가.

“지난해 7월 말 오세훈 시장을 만나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 제안을 드렸더니 직접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20년 넘게 시민단체 활동만 했기 때문에 선뜻 자신이 없었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 공익을 위한 일이고 시민들의 ‘집 걱정’을 줄인다는 점에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시장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가 있었나.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 오 시장이 후분양과 분양원가 공개 등을 공약했는데 당선되고 정말 그 약속을 실행하는 모습을 봤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공약만 하고 지키지 않는데 오 시장은 예외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신뢰가 갔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충남 부여 출생
△1981∼2000년 쌍용건설
△1999∼200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2004∼2015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본부장
△2019∼2021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2021년∼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인터뷰=장원재 사회부장
정리=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