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중 헌혈자 5% 불과… 외출 꺼리고 단체 헌혈 줄어 ‘비상’ 코로나 상황 나아져도 해소 미지수… 줄기세포 등 활용한 인공혈액 기술 해외 선진국선 임상시험까지 진입… 기초 역량 갖춘 韓, 정책 보조 필요
1월 서울 강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의 혈액 보관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헌혈이 줄어드는 등 혈액 재고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인공혈액 개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긴급헌혈요청 #혈액절대부족’
16일 기자의 휴대전화로 도착한 대한적십자사 문자메시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혈액이 부족해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혈액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다. 인구 대비 헌혈자 수인 헌혈률은 2017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5.7%에서 5.0%로 꾸준히 줄고 있다.
○ 만성화된 혈액 수급 불균형
혈액 부족 상황이 만성화되는 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혈액 수요자 대부분은 50대 이상 고령자다.
50대 이상 적혈구제제 수혈자 수는 2015년 31만9000명에서 2019년 36만 명으로 늘었다. 50대 이상의 적혈구제제 수혈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49만 건에서 165만 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헌혈에 나서는 주요 연령대인 10대와 20대 인구는 2015년 1240만 명에서 2019년 1180만 명으로 줄었다. 혈액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혈액 부족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범정부 헌혈 장려 협의체인 ‘국가헌혈추진협의회’를 신설했다. 헌혈 참여 안내 문자를 발송하거나 ‘찾아가는 헌혈의 날’을 운영해 헌혈 참여 환경을 만들고 있다. 또 각 의료기관에 혈액수급 위기 단계별로 우선순위에 따라 수혈에 나서거나, 적정 재고량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세계 각국서 연구하는 인공혈액
사람의 헌혈을 대신할 수 있는 게 인공혈액이다. 인공혈액은 혈액 부족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헌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기존 혈액에 비해 보존 기간이 길고 희귀혈액도 공급할 수 있어 헌혈 부족에 대처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동물세포 기반의 산소운반체(HBOC)나 화합물 기반 산소운반체(PBOC) 등 ‘혈액 대체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최근 학계에서 새로 주목하는 것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액의 구성성분인 적혈구와 혈소판 등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세포기반 인공혈액’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존 혈액 대체용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수혈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은 인공혈액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 확보에서 더 나아가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단계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해 5월 인공혈액의 임상 적용과 대량 생산을 목표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역분화줄기세포 유래 인공혈소판 개발에 성공했고, 영국 역시 지난해 국립혈액장기원과 국립보건연구소의 지원으로 세계 최초 인공적혈구 임상시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인공혈액 기술 통합개발 필요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진이 적혈구 생산의 기초 기술을 확보했다. 세포 기반 인공혈액 기술 역시 어느 정도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주로 개별 연구자들의 단발성 과제 위주로 연구가 이뤄져 이를 묶어줄 ‘통합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의료계에선 코로나19 이후 국내 바이오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안에 있는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과 같은 기관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곳은 민간기관이 도전하기 어렵거나 공익적 가치가 있는 의료 과제를 장기 연구하는 기관이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