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프트파워]美주류 학계-교육계… ‘K소프트파워’에 푹 세계 최고 버클리음대… K팝 강의에 심포지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8일(현지 시간) 미국, 중국, 가나 등의 학생들이 연 케이팝 공연. ⓒDave Green
“좋은 예술가들, 투자 의지를 가진 강력한 기업가들을 보유한 한국의 문화상품은 생동감 넘치고 흥미롭다.”
세계적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동아일보와의 11일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기생충’ 같은 영화가 나왔다면 검열조차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주창한 ‘소프트 파워’ 개념에 충실한 대표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열린사회에 기반한 한국적 접근법이야말로 최고의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6∼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주류 학계에 침투한 양상을 취재했다.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교육기관인 버클리음악대학은 올해 처음 케이팝 강의를 개설하고 학교가 주관하는 케이팝 심포지엄을 열었다.
에리카 멀 버클리음대 총장… “K팝, 한 세대 대표문화로 진화
빠른 학제화가 교육기관의 책무”… 강의 개설 이어 심포지엄 개최
“美학생들 아이유 노래 즐기고, K팝 산업서 일하고 싶어 해”
인근 예술학교도 “올 화두는 K팝”
8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버클리음대에 있는 버클리 퍼포먼스 센터에서 다국적 학생들이 케이팝 공연을 펼치는 모습. ⓒDave Green
“케이팝과 관련해 교수진 충원, 강의 추가는 물론이고 학위 과정이나 세부 전공 개설까지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입니다.”
이날 오후 보스턴 시내 버클리음대 총장실에서 만난 에리카 멀 총장은 혁신적 청사진을 털어놨다. 그는 “케이팝과 한국 문화는 점점 더 세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특정 문화권을 넘어 한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는 양상이다. 이를 발 빠르게 학제화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케이팝은 몇 년 전만 해도 버클리음대에서 철저한 비주류였다. 악기 연주에 방점을 둔 이곳에서 전자음악과 군무가 핵심인 케이팝의 소외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2018년 한인 학생회를 주축으로 ‘케이나이트(K-Night)’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그들만의 잔치처럼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분위기는 2, 3년 새 180도 바뀌었다.
박승은 버클리음대 한인학생회 부회장은 “학교 식당에서 흑인 학생들이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케이팝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버클리음대는 올해 처음 케이팝 강의를 정식 개설했다. ‘케이팝 문화·실무’다. 그간 특강 형식으로 케이팝을 다룬 적은 있으나 학기에 정규 편성된 것은 처음이다.
멀 총장은 한국 문화의 부상을 20세기 문화사의 여러 변곡점에 비견했다.
그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미국의 교육기관들이 과거에 힙합을 공식 연구 과제로 채택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미국 문화의 주류로 침투한 한국 문화에 대해 그 산업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때가 됐죠.”
미국 보스턴 컨서버토리의 무용학부 수업 모습. 올해 이들은 현지 유명 안무가 제니퍼 아치볼드의 지휘 아래 최초로 케이팝과 협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보스턴 컨서버토리 제공
이들 학교는 2011년부터 ‘CJ음악장학사업’을 통해 한국 학생을 보내온 CJ문화재단, 케이콘을 주최하는 CJ ENM을 파트너로 삼고 한국 문화 연구에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
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