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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팝-오겜 나온 한국이 소프트파워 대표 사례”

입력 | 2022-03-17 03:00:00

[K소프트파워]‘소프트파워 이론 주창’ 나이 교수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85·사진)는 1980년대 소프트 파워 이론을 주창한 세계적 석학이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이른바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 예술, 과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힘을 뜻한다. 그는 근년에 케이팝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의 힘을 칭송하며 한국을 소프트 파워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1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그는 한국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줬다.

“한국은 개방적 사회 구조, 훌륭한 예술가들, 그리고 투자 의지를 가진 강한 기업가들을 보유하고 있죠. 문화상품은 생동감 넘치고 흥미진진합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같은 정책을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비교하며 나쁜 예로 꼽았다. 이 같은 정책이 아시아 정세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예술의 자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검열과 규제는 자신들의 문화적 노력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른바 ‘신냉전’이 도래한 상황에서도 소프트 파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홍콩, 미얀마, 태국의 시위 현장에서 평화를 외치며 한국어 피켓을 들어 올린 케이팝 팬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할까. 나이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하드 파워는 빠르게 먹힙니다. 소프트 파워는 서서히 작용합니다. 하지만 둘 다 중요합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은 포병대의 일제 사격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소프트 파워에 의해 생각이 바뀐 보통 사람들의 망치와 불도저가 그것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푸틴의 군대가 설사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무너뜨린다고 해도 4000만 명의 애국적인 보통 사람들을 통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전쟁 반대 여론은 푸틴의 하드 파워 탓에 러시아의 소프트 파워가 얼마나 많이 희생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나이 교수에게 차기 한국 대통령의 문화 정책에 대한 제언을 당부하자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많이 개입하지 말 것.”

그는 “만약 개입하면 한국 문화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며 이는 지금껏 써온 성공 스토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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