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1. 면세점에 근무 중인 백모씨(28).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단 하루도 못 쉬고 재택근무를 했다.
#2. 자영업자 이모씨(62)는 요즘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다. 주변에선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그는 자가검진도 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괜히 검사를 했다가 확진판정을 받으면 한동안 일은 못하고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먹으면서 몸이 좋아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고 근무하거나 설령 확진돼도 재택근무로 쉬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밀접접촉만 해도 격리하던 조치와는 새삼 달라진 풍경이다.
◇자영업자, 생계 끊길 우려에 검사도 못 받고 버텨
택배기사 박모씨(65)는 전날 손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며칠 전 아들, 손자와 함께 식사를 했기에 불안하다. 최근 몸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자가검진을 할 생각은 없다. 일을 하지 못하면 당장 수익이 줄 수밖에 없기에 일단은 약을 먹고 버텨볼 요량이다.
박씨는 17일 “택배기사는 사실상 자영업자라서 1주일 동안 일을 못하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함께 일하는 이들도 다들 비슷한 처지로 알고 있다”고 들려준다.
또 다른 자영업자 안모씨(41)도 그간 증상이 있었지만 자가검진을 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원이야 검사를 받고 확진판정을 받으면 병가를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앞으로도 검진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씨(40)는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업무가 많이 밀려 있다”며 “업무에 더 이상 차질이 생기면 안 돼서 증상이 있는 듯하지만 최대한 버텨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박모씨(29)는 “병원인력 사정상 코로나에 확진돼도 5일 만에 복귀하고 있다”며 “이들이 복귀 후 기침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힘들어 보여서 안쓰럽다”고 걱정했다.
전남 광양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광양시청 소속 공무원을 대선일인 지난 9일 개표사무원으로 참여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대체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여를 강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 확진판정 받아도 재택근무로 업무중
종로구 소재 회사에서 일하는 박모씨(27)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선례가 생겼고 이후로 확진자들도 다 재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42·여)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지인과 점심을 하다가 확진자들은 모두 1주일의 유급휴가를 준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김씨는 “우리 회사는 확진판정을 받으면 모두 재택근무를 한다”며 부러워했다.
직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안모씨(27·여)도 “유급휴가를 주기는 하지만 업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코로나에 걸린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업무까지 손을 놓고 있으면 복귀 후 힘들어질 것 같아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하기 싫어 매일 자가진단키트로 코 찔러”
회사마다 확진자 증가와 비례해 업무량도 늘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확진되고 쉬는 것이 좋겠다’는 서글픈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학조사도 간소화되면서 동선을 외부에 노출할 수 있는 위험도 줄었다.
유통회사에서 근무 중인 길모씨(28·여)는 “항상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데 차라리 빨리 확진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며 “지금 제일 부러운 사람은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를 하면서 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모씨(31)도 “일하기 싫어서 매일 자가진단키트로 코를 찌른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