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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어린이들’ 써놨는데…러, 마리우폴 민간인 대피소 폭격

입력 | 2022-03-17 10:05:00

어린이·노인 등 1000여명 있던 극장
사상자 규모 파악 안 돼…대규모 피해 가능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4차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시민 대피소로 사용되던 남부 마리우폴 시내 극장이 러시아군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극장 건물이 쪼개져 무너졌고, 러시아 침공 이후 극장 지하에 대피해 있던 시민 수백 명이 거처를 잃었다. 당시 극장 안에는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시민 약 1000명이 대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위성 영상업체 막사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1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극장 건물 벽면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이라는 단어가 페인트로 써진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러시아 군이 16일(현지시간)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해 있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극장을 폭격,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가디언 기자의 트위터 게시물. 2022.03.17.

마리우폴 당국은 시민 다수가 폐허에 매몰됐다고 밝혔으며,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또다시 끔찍한 전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과 폭격이 진행 중이다”라고 규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마리우폴에서 극장 등을 폭격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시내 및 시외 주택가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대통령궁에서 불과 2.5㎞ 떨어진 주택가에도 포탄이 떨어졌으며, 키이우 중심가 12층짜리 아파트에서도 포탄 파편으로 인해 불길이 치솟았다.

북부 체르니히우 시내에선 빵 배급을 위해 줄 서 있던 시민 10명이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대검찰청은 전했다.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북서부 리브네 지역 군사시설에도 공격을 감행했다.

리브네 지역 루슬란 세르페니노우 사니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이 이 지역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세르페니노우 시장은 이번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는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리브네 지역 군사 관리국도 이후 사니 군사 기반 시설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비탈리 코발 리브네 군사관리국장은 “사니 지역 군사 시설 한 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사망자는 없으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동부 에네르호다르에서 자포리자로 향하던 대피 차량 70여대는 이동 중 포격을 받았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매일 진주만 폭격과 9·11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미국에 추가 무기 지원 및 러시아 제재를 요청하며 “우린 여러분 도움이 당장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 앞서 러시아군 공습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재차 요청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경우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전쟁이 개시될 것이라며 거절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