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찾은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주택. 그을린 집 마당에 개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2022.3.17 © 뉴스1
지난 16일 오후 10시47분께 불이 난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한 단독주택. 17일 만난 한 이웃 주민이 지난 밤의 악몽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이웃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불이 난 집 주변을 서성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집 안에는 깨진 유리파편과 검게 그을린 가재도구 등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마당과 옥상에는 개 7마리가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을 향해 짖던 개들의 몸에도 까만 그을음이 묻어있었다.
참담한 소식을 접한 동네 주민들은 “이게 무슨일이야”, “아이고 어쩌다”라는 등 저마다 안타까움이 뭍어나는 말을 내뱉으며 현장을 살폈다.
이 집에는 A씨와 그의 아내 B씨 그리고 B씨의 남동생 3명 등 일가족 5명이 거주했다. 함께 살던 B씨의 아버지는 몇년전 세상을 떠났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B씨는 심한 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남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오래전부터 살던 동네에 집을 새로 지었다.
A씨도 몇년 전 허리 수술을 받고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로 집 밖에 나올 때는 보조기구에 의지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한 이웃 주민은 “누나가 남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것으로 보였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바람을 쐬주는 지 차에 태워 나가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어쩌다 이런일이 생긴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끔 장애인센터에서 차량이 와 이들을 태우는 것만 봤을 뿐 어릴적부터 장애가 있던 3형제는 밖에 나오지 않아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신풍동의 한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이 합동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2022.3.17/© 뉴스1
당시 주방에 있던 A씨의 아내 B씨는 ‘펑’하는 굉음에 놀라 밖으로 대피하면서 화를 피했다.
B씨는 “남편이 평소에도 ‘다 죽이고 나도 죽으면 된다’는 식의 말을 자주 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집 안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께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김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