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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못 줄이면 60년 후 봄꽃 2월에 핀다

입력 | 2022-03-17 13:45:00


서울에서 진달래 피는 날짜가 2월 21일, 대구에서 벚꽃 개화하는 날은 2월 27일.

지금 상황은 아니지만 21세기 중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탄소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60년 후 국내 봄꽃 개화시기가 2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역별로 최대 35일까지 개화일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향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의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관측 지점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목포 강릉 등 전국 6개 지역이다. 2070년 탄소중립에 이르는 것으로 가정한 ‘저탄소 시나리오’,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는 조건의 ‘고탄소 시나리오’로 나눠 개화시기를 예측했다.

1991~2020년 전국 각 관측지의 봄꽃 평균 개화일은 개나리 3월 25일, 진달래 3월 27일, 벚꽃 4월 4일 등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개화일은 △2021~2040년 5~7일 △2041~2060년 5~13일 △2081~2100년 23~27일 당겨질 것으로 전망됐다. 21세기 후반엔 평균 개화일이 개나리 3월 2일, 진달래 2월 28일, 벚꽃 3월 10일로 빨라진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벚꽃 개화시기 전망. 2021~2040년, 2041~2060년, 2081~2100년으로 나눠 개화일을 예측했다. 기상청 제공

지역별, 품종별로 개화일 변화폭은 다르다. 2081~2100년 서울의 진달래 개화일은 2월 21일로 현재보다 35일 빠르다. 같은 시기 대구에선 현재보다 30일 빠른 2월 27일에 벚꽃이 필 전망이다. 더 남쪽에 위치한 목포(3월 13일), 부산(3월 4일)보다도 개화일이 빠르다. 이 시기 서울에도 3월 12일 벚꽃이 필 전망이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진달래가 개나리보다 늦게 개화하지만, 21세기 후반엔 동시에 개화하거나 진달래의 개화일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개화시기가 변화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50년 이후 약 60년 동안 봄꽃 개화일은 3~9일 빨라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 60년 후인 2080년대에는 개화일이 지금보다 23~27일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최근 봄 시작일이 빨라지고, 입춘이나 경칩 등 봄 절기의 기온이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년~2020년)의 봄 시작일이 17일 빨라졌다. 같은 기간 겨울의 길이는 109일에서 87일로 줄었고, 봄은 85일에서 91일로 늘었다. 1912년 이후 봄 기온은 10년마다 평균 0.26도씩 오른 것으로 관측됐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