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TREND WATCH]
다이애나의 삶을 다룬 영화 ‘스펜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스펜서’가 개봉하면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실존 인물,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사랑받았던 그녀의 매력 중 결코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패션 센스다.
1980년 혜성처럼 세상에 등장한 다이애나 스펜서는 막 스무 살을 넘긴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의 총체를 보여줬다. 그림책에 나오는 것 같은 금발 머리에 수줍은 듯한 눈망울과 미소, 발그레한 볼을 가진 보육교사 다이애나가 바람둥이 왕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고지순한 애정을 받으며 왕궁으로 입성한 것은 그야말로 동화 같은 전개였다. 당연하게도 많은 이가 다이애나를 부러워하고 동경했으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다이애나는 이내 세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존재가 됐다. 탁월한 패션 센스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요소였다. 왕실이 기대하는 클래식한 스타일에 젊은 감각을 더한 그녀만의 스타일은 1980∼90년대 패션계를 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이가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다이애나의 의상은 뭐니 뭐니 해도 1981년 7월 29일, 세인트폴성당에서 열린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식 드레스일 것이다. 부부 디자이너 데이비드·엘리자베스 엠마누엘이 디자인한 실크 태피터 드레스는 1만 개의 진주로 장식돼 눈부시게 빛났다.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롱 부케와 25피트(약 7.6m)에 달하는 베일까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화려함도 1980년대를 지배한 웨딩 스타일로 남았다.
우아함의 극치, 진주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
1989년 홍콩 방문 당시 진주로 장식한 ‘엘비스 드레스’를 입은 다이애나. 뉴시스
다이애나는 드레스와 진주를 매치해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능했다. 1989년 선보인 화이트 컬러 투피스는 볼레로와 H라인 이브닝드레스 앞쪽을 진주로 수놓아 일명 ‘엘비스 드레스’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지금은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영화 ‘스펜서’에도 다이애나의 우아한 드레스 스타일이 등장한다. 티저 포스터에 담긴 오간자 이브닝드레스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에서 제작한 것. 총 1034시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이 드레스 덕에 ‘스펜서’에서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더욱 다이애나처럼 보인다.
다이애나가 1983년 폴로 경기에 참가했을 당시 입은 ‘검은 양’ 스웨터. Warm&wonderful 인스타그램 제공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쇼츠 스타일링도 이미 30년 전 다이애나가 시도한 것이라는 사실. 컬러풀한 사이클링 쇼츠에 박시한 스웨트 셔츠와 하이톱 스니커즈를 매치한 그녀의 룩은 MZ세대 패션 인플루언서로 보일 정도다. 다이애나가 1995년 입은 스웨트 티셔츠 한 장은 2019년 경매에서 5만3000달러에 낙찰됐다. 모델 헤일리 비버는 다이애나의 캐주얼한 면모를 오마주한 화보를 한 매거진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외교와 자선 사이, 아이덴티티를 찾아 나섰던 커리어 우먼
1981년 결혼식 당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웨딩 드레스. 뉴시스
다이애나는 평소 디올 백을 즐겨 들었다. 뉴시스
패션에서도 드러난 과감하고 독립적인 성격
다이애나가 1994년 선보인 블랙 벨벳 미니드레스. 찰스 왕세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시인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날 입은 이 드레스는 일명 ‘리벤지 드레스’라고 불린다. 뉴시스
이 시기 가장 인상적인 룩은 1994년, 찰스 왕세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 날 밤 입은 블랙 벨벳 미니드레스. 오프숄더로 어깨를 훤히 드러낸 다이애나의 모습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말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패셔니스타였고, 많은 이는 그날의 드레스를 리벤지 드레스, 즉 복수의 드레스라고 불렀다. 이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가슴이 깊이 파인 미니드레스나 슬립 드레스를 선택하는 등 과감한 패션을 선보이곤 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