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戰犯·war criminal)’이라고 칭하며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상이 전쟁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최첨단 ‘자폭 드론’을 비롯해 8억 달러(약 9700억 원)의 추가 군사 지원도 발표했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러시아군 또한 민간인 1200명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극장을 포격해 대규모 희생자가 우려된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취재진에게 “그(푸틴)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지칭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 연설에서도 러시아군이 병원을 공격하고 의료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전범 규정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침공 과정에서 전쟁 범죄가 있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날도 민간인 포격을 계속했다. 16일 마리우풀에서는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1200여명이 대피한 시내 극장까지 러시아군 포격을 받아 건물이 무너졌다. 아직 정확한 사상자조차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극장에 ‘어린이들’(дети)이라는 흰색 글자가 크게 표시돼 있었음에도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을 가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범 발언에 “미국은 폭탄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을 숨지게 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합의도 삐걱대고 있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약 15개항으로 된 평화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일부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