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거나 소득 없어도 이용…MZ세대 젊은층 중심 인기몰이 네이버 8개월간 거래액 330억…‘토스’ ‘페이코’ 등 잇단 진출채비 “한도금액 너무 낮아 문제” 지적도
네이버페이에 이어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핀테크들이 앞다퉈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처럼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구조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20, 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 고객들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해외에 비해 후불결제의 한도가 적은 데다 규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MZ세대, 신파일러 잡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1월에 월 15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기능을 탑재한 교통카드를 내놨다. 선불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카카오페이 자체 신용평가 결과 제공된 후불 한도만큼 먼저 결제하고 다음 달 결제대금을 갚는 서비스다. 빅테크와 핀테크들이 일제히 후불결제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후불결제 서비스가 ‘BNPL’(Buy Now Pay Later·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클라르나, 호주의 애프터페이, 미국의 어펌 등 주요 후불결제 기업들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6월) 400억 달러(약 50조 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 쿠팡 등이 선발 주자로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이 지난해 4월 선보인 후불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27만 명을 넘어섰다. 거래금액도 8개월 만에 33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소득이 부족하지만 소비 성향이 강한 MZ세대의 수요가 컸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자 중 20, 30대 비중은 75%였다. 대출이나 신용카드 실적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 이용자 비중도 18%였다.
○ 해외에 비해 걸음마… “규제 개선·서비스 확대해야”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팀이 후불결제 이용자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23%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했다.하지만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해외처럼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한도가 월 15만∼30만 원 정도로 적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여기에다 관련 규제도 명확히 정비돼 있지 않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을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1년간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한 네이버페이도 지난달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연장을 2년 더 받았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