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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지금, 돈은 나중에”…‘후불결제’ 새 트렌드 뜬다

입력 | 2022-03-18 03:00:00

신용도 낮거나 소득 없어도 이용…MZ세대 젊은층 중심 인기몰이
네이버 8개월간 거래액 330억…‘토스’ ‘페이코’ 등 잇단 진출채비
“한도금액 너무 낮아 문제” 지적도




네이버페이에 이어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핀테크들이 앞다퉈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처럼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구조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20, 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 고객들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해외에 비해 후불결제의 한도가 적은 데다 규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MZ세대, 신파일러 잡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1월에 월 15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기능을 탑재한 교통카드를 내놨다. 선불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카카오페이 자체 신용평가 결과 제공된 후불 한도만큼 먼저 결제하고 다음 달 결제대금을 갚는 서비스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상반기 중으로 월 최대 30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간편결제 ‘페이코’를 운영하는 NHN페이코도 신한은행과 손잡고 연내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빅테크와 핀테크들이 일제히 후불결제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후불결제 서비스가 ‘BNPL’(Buy Now Pay Later·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클라르나, 호주의 애프터페이, 미국의 어펌 등 주요 후불결제 기업들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6월) 400억 달러(약 50조 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 쿠팡 등이 선발 주자로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이 지난해 4월 선보인 후불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27만 명을 넘어섰다. 거래금액도 8개월 만에 33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소득이 부족하지만 소비 성향이 강한 MZ세대의 수요가 컸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자 중 20, 30대 비중은 75%였다. 대출이나 신용카드 실적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 이용자 비중도 18%였다.
○ 해외에 비해 걸음마… “규제 개선·서비스 확대해야”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팀이 후불결제 이용자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23%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해외처럼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한도가 월 15만∼30만 원 정도로 적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여기에다 관련 규제도 명확히 정비돼 있지 않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을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1년간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한 네이버페이도 지난달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연장을 2년 더 받았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소액이라 해외와 같은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국의 규제 개선 방향에 따라 후불결제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후불결제 이용자들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혜택 추가’(47.72%) ‘사용처 확대’(38.91%) ‘분할 납부 기능 추가’(32.22%) 등을 꼽았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