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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마리 2만원 시대…최근 2년 비용 변천 살펴보니

입력 | 2022-03-18 03:00:00

본보, 주재료 등 12개 항목 조사
재료비 상승이 치킨값에 가장 영향…우크라 전쟁탓 인상 압박 더 커져
무-콜라-박스값도 줄줄이 올라…배달앱 중개 수수료 부담까지
식탁 물가 비상…정부 대응 시급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냉면이나 칼국수 한 그릇에 1만 원,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식탁 물가가 줄줄이 치솟으며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물가 안정이 꼽히고 있다.

동아일보가 국민 간식 치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투입되는 각종 비용을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사이 닭값(41%), 밀가루(77%), 주문 수수료(70%) 등이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이상기후 등으로 추가 인상 요소가 여전해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닭, 밀가루, 무까지 천정부지 애그플레이션


17일 동아일보가 치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주재료 부재료 판관비 등 12개 항목의 지난달 말 가격을 2년 전 가격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주재료인 닭, 밀가루, 식용유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냉동 생닭 10호 가격(kg당)은 이 기간 3600원에서 5100원으로 41.6% 올랐다. 다만 생닭은 도축량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다. 식용유 원료인 대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t당 328달러에서 올해 604달러로 84.1% 급등했고, 밀 가격은 같은 기간 192달러에서 341달러로 77.6%로 치솟았다.

이 같은 주재료는 치킨값의 약 40%를 차지한다.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 보통 카놀라유 360mL, 밀가루 200g이 소요된다. 치킨값은 2년 전 1만8000원이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2만 원으로 11.1%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재료비 상승이 치킨값을 끌어올린 큰 요인”이라고 했다.

식품 가격 급등은 기후 변화에 따른 흉작에 코로나19 이후의 곡물 수요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생산국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곡물 자급률이 21%대에 그치는 한국은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물가 상승)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 “공급망 불안 장기화 가능성, 근본 대책 필요”


치킨 부재료와 판관비도 올랐다. 포장에 쓰이는 펄프 가격(상하이선물거래소 기준)은 t당 4622달러에서 6680달러로 44.5% 올랐다. 주요국 산업 활동이 재개되고 해상 운임과 유가 상승으로 뛴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가격은 봉투, 캔콜라 값에 반영됐다. 치킨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 부족과 작황 부진 등이 겹치며 6.6% 올랐다.

단기간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도 가격 급등 요인으로 꼽힌다. 치킨점 배달앱 중개 수수료는 12%로 2년 전(6.6%)의 두 배로 올랐다. 다만 배달앱 관계자는 “상시 할인으로 실제 수수료는 이보다 낮다”고 했다. 배달대행비(1.5km 기준)도 3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임대료는 거리 두기로 인한 공실률 증가 등으로 3.2% 떨어졌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2년 전 8590원에 비해 6.6% 오르며 판관비가 올랐다.

대내외 물가 불안 요인이 겹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약 10년 만에 5개월 연속 3%대를 나타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 4%대로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 대책은 외식 가격 공표제, 과징금 부과 등 최종재 가격 억제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는 16일 육계 제조업체에 담합 혐의로 약 17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치킨값 인상 요인을 농식품부 수급책을 따랐던 기업에 돌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종재만 통제하면 자영업자만 잡게 된다”며 “금리 인상과 유류세 인하뿐 아니라 원유, 곡물 등 수입처 다변화와 인력 부족을 해결할 기술 개발 등 장기적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