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군항제-사상강변축제 등 감염확산 우려한 상당수 취소 함평나비축제-서귀포걷기 등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 강행도 작년 특별점검 나섰던 행안부…올해는 자제요청 공문만 보내 지자체 “사실상 알아서하라는 뜻”
17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동 낙동제방벚꽃길. 봄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양쪽에 벚나무가 들어선 폭 4m의 이 길은 곧 5km의 연분홍 벚꽃터널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사상구는 이달 말 열기로 했던 벚꽃길 걷기대회와 사상강변축제 등 관련 축제를 모두 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상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봄 축제 개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60만 명을 넘었지만 3년 연속 축제를 취소할 경우 자영업자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공개석상에서 “축제를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최근 중앙정부도 방역지침 완화로 기조를 바꿨다. 지난해 특별점검에 나섰던 행정안전부도 지금은 자제 요청 공문을 보내는 정도여서 지자체들은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 진해군항제 등은 취소
지자체 상당수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올해도 봄 축제를 취소했다. 경남 창원시는 국내 대표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3년 연속 취소했다. 경남 창녕군의 ‘창녕낙동강유채축제’와 하동군의 ‘화개장터 벚꽃축제’ 등도 취소됐다.
인천은 월미공원과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를 3년 연속 취소했지만 올해는 공원 폐쇄는 안 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봄 행사에 대한 정부 지침을 따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그동안 시민 불편이 컸던 만큼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공원을 개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으로 축제를 전환한 지자체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2년 연속 취소했던 ‘경주벚꽃축제’를 올해는 비대면 방식으로 열기로 했다. 제주 서귀포시도 다음 달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유채꽃축제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잠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함평나비축제는 강행
제주 서귀포시관광협의회가 주최하는 ‘제24회 서귀포유채꽃 국제걷기대회’는 26일과 2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시간차를 두고 경기장을 출발해 코스를 걸은 뒤 돌아올 예정이다.
전남 함평군도 ‘함평나비대축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축제는 개최하되 온오프라인 행사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00명 이상이 모이는 지역 축제의 경우 행안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지만, 거리 두기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문을 통해 각 지자체에 축제를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