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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전전하는 확진자…회사-학교 기숙사 “감염땐 나가라”

입력 | 2022-03-18 03:00:00

밖으로 내몰리는 재택치료자들
학교 등 상당수 추가감염 막으려 외부에서 재택치료하라 권유
생활치료센터 “자리없다” 답변, 친구 빈집-공유숙박 등 이용 늘어




경남 지역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배모 씨(34)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사 기숙사에서 나와야 했다. 회사 측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기숙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택치료를 하라고 한 것. 울산의 본가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부모님 감염이 걱정돼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해 지내고 있다. 배 씨는 “숙소 주인에게 확진됐다고 알리진 않았다. 주말까지 조용히 지내다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 모텔로 내몰리는 재택치료자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하지 않고 모텔 등에 머무는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방역 당국도 확진자 동선 추적을 포기한 상황이라 추가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회사와 대학 기숙사 상당수는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재택치료를 하도록 한다. 경증인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지만 생활에 제약이 많다는 이유로 확진자 본인이 거부하거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소를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남 지역의 한 대학 기숙사에 살던 김모 씨(23)는 이달 7일 확진 판정을 받고 기숙사를 나온 뒤 격리 기간 일주일을 모텔에서 보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는지 지역 보건소 등에 여러 차례 물었지만 “빈자리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17일 전남도에 확인한 결과 해당 시기 전남 소재 생활치료센터 2곳에 자리가 충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대학생 박모 씨(22)도 “기숙사에서 살다가 확진이 됐는데 친구가 휴학해 생긴 빈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은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과 역학조사관별로 센터 입소 대상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달 14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고시원 등)에 사는 사람, 돌봄이 필요하지만 보호자와 공동격리가 불가능한 어린이, 장애인 등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정보에서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시스템에선 센터 입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진자가 스마트폰 기입 등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최선관 돈의동쪽방상담소 행정실장은 “60, 70대 노인이 대부분인 동네 주민들이 모바일로 정확하게 응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 확진 사실 숨기고 머물기도


확진 사실을 밝히면 투숙을 거부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확진을 숨기고 숙박시설에 머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A 씨(32)는 “이달 초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아 호텔 측에 알리지 않고 일주일간 묵었다”고 했다.

한 지자체 방역 담당자는 “보건소 등에 알리지 않고 임의로 격리 장소를 정해 머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고소·고발 대상”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호텔 등 숙박업소는 재택치료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확진자 동선 추적이 중단된 상황이라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편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한 일부 숙박업소는 손님이 넘치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에 사는 B 씨는 “방 10여 개짜리 빌라를 재택치료자 이용 가능 숙소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 예약이 거의 차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