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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던 대선, 더 다이내믹해질 5년[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입력 | 2022-03-18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한국에서 대선이라는 엄청나게 큰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대선은 여러 면으로 한국에서 최초였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 처음으로 대통령이 됐다. 군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85년에 민주정의당 소속 전국구로 국회에 입성해 여의도 경험을 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최초로 선출직에 도전해서 대통령이 됐다. 아마도 이런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성공적인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단 상대 후보가 만만치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 성남에서 재선 시장을 거쳤고, 경기도지사에도 오른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게다가 대선 전까지 최근 치른 선거들에서 3전 전승을 거둔 승부사였다.

윤 당선인에게는 당내 문제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고, 중간에 당 대표는 여의도를 떠나 전국을 떠돌기도 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 지휘를 맡았다가 중간에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당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에 영입됐다가 이른바 ‘이대남’의 강한 반발이 커지자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솔직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성공 말고는, 대선 기간에 무언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결과가 나오기 전 윤 당선인이 패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대선 막바지 여론조사나 출구조사들은 주로 윤 당선인의 승리를 점쳤고, 결국 그것이 맞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승자는 한국의 여론조사 회사들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정확하게 대선 결과를 맞히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신기한 점도 있었다. 보통 다른 나라의 대선이라면 후보가 몇 명밖에 없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에선 12명이나 출사표를 냈다. 내 주변 외국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12명 후보는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선거를 치르기 위한 비용이 더 들지 않나”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진짜로 누구나 대선에 출마할 수 있네. 자유민주주의 국가네”라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더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은 투표권이 있는 귀화자들의 인식이었다. 일부 귀화자들은 인권이나 이민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을 통해 이 후보에게 호감을 느꼈던 반면에 일부 귀화인들은 윤 당선인을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랑 연관시켜서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검사 출신이어서 적폐의 뿌리를 많이 뽑았거든! 문재인 대통령이 시작한 적폐 청산이 검사 출신 윤석열을 통해 계속될 거야!” “그래. 맞아! 윤석열을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었어”라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을 ‘같은 라인’에서 보는 외국인들은 아직 한국 정치를 잘 모르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은 어떻게 진행될까? 윤 당선인이 승리했지만 대선은 역대급 박빙 승부였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한 달도 안 돼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박빙이라도 승리를 일궈내지 못하면 분위기는 또다시 바뀔 수도 있다. 의회에서 무려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견제가 더욱 거세질 것은 뻔하다.

최근 윤 당선인의 새로운 차기 정부 구상이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공약 이행에 본격 들어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는 데 속도를 내는 듯한 모양새다. 다만 대통령의 경호와 보안, 외국 대통령의 영접 등 외교, 그리고 국방부 시설 이전과 관련된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너무 서둘러서 검토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 경험이 짧은 대통령의 당선으로 앞으로 더 파격적이고, 새로운 정책들이 쏟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청와대의 용산 이전은 그 서막이 아닐까. 향후 5년은 아주 다이내믹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