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시대]尹당선인측 ‘용산 집무실’ 구상 용산 국방부 2층에 대통령 집무실…2∼5층에 비서관실-회의실 계획 미군기지 옮긴 공원과 연결시켜…산책나온 시민들이 직접 볼 수있게 일각 “2027년까지 공원 완공 힘들어”…尹, 이전방안 보고받고 최종 고심
“미국 백악관 모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백악관의 웨스트윙처럼 대통령이 참모들과 토론하고,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게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핵심 관계자는 17일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의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의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중궁궐로 불리는 청와대에서 나와 민간 인재들과 함께 일하며 국민들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만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 신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꾸리고, 미군 부대 이전으로 남는 일대 부지를 공원화해 국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이전 방안을 보고받고 최종 고심에 들어갔다.
○ “美 백악관 웨스트윙이 모델”
미국 대통령의 집무,거주공간인 백악관 전경,관광객들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유로이 관람이 가능하다. AP
TF는 이날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구현할 수 있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 등 3곳의 장단점과 소요 예산을 상세히 보고했다.
윤 당선인의 의중은 용산 국방부 신청사에 일단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한다. 용산 일대가 대통령의 집무 공간에 대한 인식과 활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생기는 부지를 공원화한 뒤 이를 대통령 집무 공간과 연결시켜 국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미8군 부지 25%를 돌려받을 예정인데 이를 공원화하면 실현 가능하다”라며 “이렇게 되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공원 내에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공원을 거닐며 대통령 집무실 전경을 바라볼 수 있어 기존의 폐쇄적인 청와대 면모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경호·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부지 내에 헬기장이 있는 데다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수 있는 국방컨벤션센터가 있고, 국방부 청사 지하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활용할 수 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예산 소요는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라며 “행정안전부와 인수위 내 청와대 이전 TF가 산정한 이전 비용 차이가 있다”고 했다.
○ 내부에서 속도조절 필요성도 제기
인수위와 협의를 이어온 국방부는 16일 ‘용산 대통령 시대’를 전제로 자체적으로 단계별 ‘국방부 이전 검토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신청사를 이달 말까지 철수하고 장관실 등을 포함한 국방부 지휘통제 관련 부서들을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것. 이후 윤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10일 전까지 리모델링 공사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청사 1∼5층엔 장·차관실과 기획조정실, 정책실 등이 자리해 있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광화문 대통령’의 상징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있다. 당선인 ‘1호 과제’로 청와대 이전을 내세우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인사는 “당선인의 첫 행보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민생 행보에 방점이 찍히는 게 낫다”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과도한 관심이 쏠릴 경우 자칫 정쟁의 소재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 별관(대통령 집무실)과 삼청동 총리 공관(관저) 카드를 우선 사용해 ‘청와대 해체’ 공약을 실천한 뒤, 국민 여론을 수렴해가며 용산 대통령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현실적 대안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