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아치볼드씨 화상 인터뷰 “케이팝 수십곡 들으며 음악 구상 중… 무용과 학생 130명중 12명 선발 계획 케이팝, 연구하면 할수록 놀라워”
8월 ‘케이콘’의 무대에 참여할 제니퍼 아치볼드 안무가는 “새롭고 통렬하며 예술의 한계를 넥스트 레벨로 끌어올릴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치 댄스 컴퍼니 제공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방불케 하는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관객을 여러 차례 놀래며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게 지상과제죠.”
11일 화상으로 만난 안무가 제니퍼 아치볼드 씨는 20여 년의 탄탄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큰 도전 과제를 마주한 듯 설레고 긴장돼 보였다. 그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케이팝 콘서트 ‘케이콘’의 무대를 맡았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서버토리 무용과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들을 지휘해 힙합, 발레, 현대무용, 케이팝을 섞은 독창적인 공연을 펼치는 게 그의 새 임무다.
“10분간 눈을 못 뗄 공연을 만들 거예요. 현재 수십 곡의 케이팝을 들으며 구상 중입니다. 최종적으로 14, 15곡을 골라 구성하는 음악작업부터가 제 몫이죠.”
“컬럼비아대의 제 힙합 댄스 강의에서 케이팝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고 말했더니 학생들이 바로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어요. ‘이 그룹도 한번 보세요, 저 그룹도 체크해 보세요’ 하면서 학생들의 케이팝 추천이 쏟아졌고요.”
아치볼드가 케이팝을 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릴 적 우상은 팝스타 재닛 잭슨이었다고. 그는 “케이팝에 관해 연구할수록 놀랍다”고 했다.
“노래가 먼저 완성되면 거기 맞는 안무를 연습하는 게 보통인 미국 팝 시장의 흐름과 달리 케이팝은 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거의 동시에 준비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완벽에 가까운 안무의 수준도 대단하고요.”
보스턴 컨서버토리 학생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뉴욕에 있는 아치볼드가 다음 주 보스턴으로 날아가면 ‘게임’이 시작된다. 이미 130여 명의 학생이 아치볼드의 케이팝 프로젝트 오디션에 지원했다. 경쟁률이 약 10 대 1인 셈이다. 아치볼드는 “40명가량을 선발한 뒤 단계별로 압축해 12∼16명의 학생만 로스앤젤레스 케이콘 무대로 데려갈 것”이라면서 “발레, 힙합, 현대무용을 순간적으로 오갈 수 있는 미학적 이해도와 유연한 근육을 가진 학생들에게만 무대가 허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