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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와 빠른 합의 원한다”… 이유는?

입력 | 2022-03-18 15:21: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어조로 친서방 러시아인들을 “배신자” 등으로 칭하며 탄압을 예고했다. 2022.03.18.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및 중립국화 등을 두고 휴전 협상을 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빠른 합의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소극적”이라고 주장하자 우크라이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먼저 휴전을 지시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양국은 14일부터 마라톤 화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기자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합의 문서 서명, 모든 조건에 대한 명확한 협상과 이행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매우 빨리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간 협상이 신속히 타결돼야 러시아의 공격이 멈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 대표단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상대측은 협상 방식이 매우 느긋하고 비슷한 열의를 보이지 않다”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즉각적인 타결의 돌파구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휴전을 수락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협상은 복잡하고, 당사자의 입장은 다르다”며 “전쟁을 치르는 나라 안에 거짓말을 퍼뜨리지 마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합의와 새로운 안정보장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나토 가입 포기와 스웨덴·오스트리아식 중립국화 등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양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공화국 독립 및 러시아 영토 인정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회담에서 여전히 큰 격차가 남아 있다. 빨리 타결될 만한 돌파구의 조짐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고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대대적인 침공 후 조기 종결을 노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당국 통계를 인용해 러시아군 사망자가 최소 7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미군보다 많은 수치다. 훈련되지 않은 징집병이 많아 러시아 병사들이 탱크를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격이 현재 사실상 정체됐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BBC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서방 친화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트리고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려 했지만 고전이 거듭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로 목표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전쟁 중단과 협상 타결을 위해선 양국 정상 회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은 양국 모두 이득이 되지 않으며 휴전을 해야 양국 간 갈등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