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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에 요양병원 위태…치료 못받고 사망자도 늘어

입력 | 2022-03-18 15:53:00

22일 오전 광주 북구 한 요양병원 정문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서는 전날 입원환자 22명과 종사자 1명 등 2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2021.12.22/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다. 감염 취약 계층이 몰려 있는 요양병원은 인력·방역물품 부족에 치료제 공급까지 힘들어지며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0시 기준 사망자는 429명으로, 이중 사망장소가 요양병원 및 요양원인 사망자는 148명이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에 비해 위중증률·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지면서 요양병원 내 위중증 환자도 늘고 있다. 확진자 증가로 감염병 전담병원에 병상이 부족해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나온다.

경기 의정부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장은 “위중증 환자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병원 배정은 받아도 기존 환자들을 내보내느라 이송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해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가 두분 계셨다”고 씁쓸해했다.

부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A 병원 이사는 “중환자를 대학병원이나 전담병원에 짧으면 하루 반나절, 길면 하루 뒤에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환자가 너무 많아져서 보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초창기에는 보호자들이 항의해서라도 전담병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보호자들이 이곳에서 환자를 잘 봐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일부 격리시켜 치료하는데 환자가 많아지면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확진 판정을 받는 직원들이 늘면서 업무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노 원장은 “병원 직원 3분의1 정도는 확진이 된 상황”이라며 감염병 전담병원 종사자에 지원금을 많이 주면서 인력들이 더 빠져나가고 기존 직원들의 업무부담도 과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도 방호복을 다 맞춰 입고 경증 환자들을 돌보는데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A 이사는 ”병원 직원 30%가 확진돼 3교대 근무를 잡기가 힘들고 직원들도 지친 상황“이라며 ”직원들도 코로나19에 직접 노출이 돼 있는 상황이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화순의 요양병원 J 원장은 ”가족이 확진돼도 격리없이 출근하는 직원도 많이 있었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완화해놓고 요양병원만 막으라고 해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다“며 ”확진된 직원들과 남은 직원들의 업무부담 등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이 생기고 그에 따른 환자들의 건강 악화가 가장 문제“라며 ”높은 노동강도와 피로 누적으로 인해 인력이 누출되는 건 환자에게 치명적인 일“이라고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는 직원들이 급증하면서 확진자 검사를 하지 않거나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병원 내 확진자가 늘면서 방역물품도 빠르게 닳고 있다. 노 원장은 ”지자체와 회의에서 방역물품이 모자라니 방호복이 아닌 일회용 비닐 옷을 많이 확보하고 쓰고 버리라는 얘기도 나왔다“며 ”페이스 실드가 없으니 썼던 물품을 다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14일부터 담당약국에서 조제·공급하는 원외처방과 치료제 공급거점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치료제를 받아와 처방과 조제를 하는 원내처방 모두 가능하게 했다. 최근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고령층에는 먹는 치료제를 적기에 투여해야 해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먹는 치료제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A 원장은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가 않아 2~3일씩 약을 찾아 다녀야야 한다“며 ”중수본에서 원내처방도 가능하게 했다고 하지만 일선까지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자체, 요양병원협회 등과 자리를 만들어서 감염병 전담병원과 거점 요양병원, 중형 요양병원 등 각자의 역할을 정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확진자들에 대한 신속 치료고 치료제를 환자에게 빠르게 투여할 수 있도록 약을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