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 가격이 약 10년 만에 리터(ℓ)당 2000원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 차를 몰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한숨 섞인 반응을 보였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2.82원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가격은 ℓ당 2081.12원이다. 일부 서울 지역에서는 2800원대 주유소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건 2012년 10월 넷째주 이후 약 9년 5개월만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ℓ당 대부분 2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인천·부산·울산·대전 등이 2000원을 넘었고, 제주는 2118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약 10년 만에 찾아온 초고유가 시대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은 한숨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출퇴근길 이동거리가 긴 직장인 등이 울상을 지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서울 성동구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는 직장인 윤모(34)씨는 “작년 말과 비교해도 기름값이 너무 올라 부담이다”라며 “기름을 가득 채워도 며칠이면 동이 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집 근처나 회사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멀더라도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30)씨는 “출퇴근길에 차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몰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 “기름값에 따라 전기요금 같은 것도 오를까 걱정”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모(40)씨는 “예전이면 1900원대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는데 이제는 싸다며 바로 들어간다”면서 “정말 기름값 무서워 어디 다니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오는 4월 말로 종료되는 유류세 20% 인하를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유가에 따른 국내 휘발유 상승폭이 커지고 있어, 현행 20%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산 원유 생산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배럴당 107.50달러까지 올라갔다. 3거래일 만에 다시 급반등하며 100달러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4% 급등한 배럴당 102.98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도 9.9% 급등한 배럴당 106.93달러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