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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尹 빨리 만나 꼬인 실타래 풀라

입력 | 2022-03-19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충남 천안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첫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윤석열 당선인과 회동에 대해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만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도 상호 신뢰와 긴밀한 소통을 언급하며 “국민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첫 회동이 무산된 지 사흘 만에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정권교체기 신구(新舊) 권력 갈등 양상으로 치달은 최근 상황에 대해 양측 모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불편한 감정이나 여러 이견은 뒤로하고 속히 만나 꼬인 실타래를 풀기 바란다.

국민에게 회동 일정을 공개해 놓고 당일 4시간 전에 무산시킨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 후로 양측 인사들은 돌아가며 공공기관 임원이나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 등을 놓고 “알박기를 중단하라” “대통령 인사권에 왈가왈부 말라”며 연일 설전을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문제를 놓고도 “되네” “안 되네” 하며 감정 섞인 언사를 주고받았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이전 추진에 대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 등 새로 들어설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듯 문 대통령이 “개별 의사 표현을 삼가라”고 경고하며 손을 내민 것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줘야 하는 쪽과 넘겨받아야 하는 쪽의 심리나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은 잘 안다. 그렇기에 더 신구 권력이 큰 불협화음 없이 순조롭게 교대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정권 인수인계가 얼마나 잘 진행되느냐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의 하나다.

인사권이나 사면, 그 밖에도 여러 중요한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첫 만남에서 모든 걸 다 정리할 수는 없다. 만남도 갖기 전에 디테일한 의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둘이 일단 만나서 덕담을 나누는 모습 자체가 대선을 거치며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는 길이다. 비록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서로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이다. 딱 한 번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신뢰가 쌓이다 보면 윤 당선인 요청으로도 또 만날 수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