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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23일…사상자 증가 속 푸틴은 ‘침공 정당화’

입력 | 2022-03-19 07:46:00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23일째인 18일(현지시간), 러시아는 그간 공세를 집중하던 동부와 수도 인근에서 서부까지 폭격 범위를 넓혔다. 각국 대사관이 임시 사무소를 마련한 르비우도 공격 대상이 됐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과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과 불과 80.5㎞ 상당 거리에 위치한 서부 도시 르비우 소재 항공기 수리 센터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르비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진 이래 각국 대사관이 임시 사무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우리 대사관 역시 르비우에서 임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외교부는 러시아의 폭격이 확장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군사적 위협 상황 고조로 임시사무소 기능 수행 및 공관원 안전 보장이 어려워졌다”라며 우리 공관원들을 인근국으로 이동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아울러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에도 공격이 이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긴급서비스국은 이날 오전 하르키우에서 다층 건물이 포격을 받아 사망자 1명, 부상자 11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명은 잔해에 갇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네츠크 북부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포격으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한다. 아울러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부에서는 러시아 미사일이 주거 건물에 떨어지면서 역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마리우폴 극장 폭격과 관련해서는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130명 이상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도심에서도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난민의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수가 320만 명을 넘는다고 추산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쟁통에 집과 고향을 떠나게 된 피란민 수도 64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의 안전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의 군사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도망쳐 다른 나라로 향하는 여성과 어린이는 인신매매 위험에 직면한다”라며 “나라에 머무는 남성 역시 희생자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날 전날인 17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816명, 부상 1333명 등 총 2149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23명은 소년·소녀, 36명은 어린이로 파악되며 실제 사상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CNN에 따르면 이날 그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수미 지역으로의 의료 물품, 생수, 식사 등 인도주의 물품 지원이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다행스러운 소식도 전해졌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협상 진척 상황을 두고 다소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러시아 측 협상단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가입 등에 의견 일치가 있다는 발언이 나온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요구일 뿐이라고 맞섰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협상단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중립국 문제, 나토 비가입을 협상 핵심으로 꼽고 “양측의 입장이 가장 일치하는 지점”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관련 내용도 이 사항에 엮여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측 발언은 오직 그들이 요구하는 입장일 뿐”이라며 “모든 발언은 의도됐다. 특히 언론으로 긴장을 유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이날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휴전, 병력 철수 및 구체적인 방식의 강력한 안보 보장을 거론했다. 돈바스 통치와 우크라이나 비무장화 등 문제에서는 러시아 측도 의견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 통화도 진행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첫 정상 화상 통화다.

이날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울 경우 결과가 따르리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 지원의 결과가 미·중 관계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리라고 경고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미국 주도의 서방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는 인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사안을 독립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정상 통화를 앞두고는 미국 쪽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서야 한다”라며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 종식을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통화 몇 시간 전 익명의 중국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은 미국의 위협과 강압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국 이해를 해치는 조치에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란의 피해가 커지고 국제 사회에서도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을 축하하는 대형 콘서트에 참석해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대 연설에서 “크림반도를 치욕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소위 ‘탈나치화’를 이루겠다며 돈바스 ‘전범’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한편 크렘린궁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전범’, ‘독재자’, ‘폭력배’ 발언에 불쾌감이 표출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해당 발언을 “개인적 모욕”으로 규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성급함과 피로, 건망증”이 이런 발언으로 귀결됐다고 응수했다.

[워싱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