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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2년, 택시·모빌리티 산업의 현실과 ‘타다’가 남긴 것들 [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입력 | 2022-03-19 16:00:00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오늘은 ‘타다금지법’ 통과 2년을 맞아 택시·모빌리티 산업의 현재를 간단히 살펴보고 이 법이 사회와 관련 업계에 어떤 것들을 남겼는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2020년 3월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당시 큰 호응 속에 운영 중이던 ‘타다 베이직’의 운영을 불법화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3종류로 규정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은 지난해 4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시행 기준으로는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2년 전 법 통과 직후 국토교통부는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며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활성화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 통과로부터는 2년이 지났고 시행도 1년을 앞둔 상황에서 타다금지법을 타다활성화법으로 만드는 과제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이 현장의 지적입니다.


● 타다 베이직, 요금 비쌌지만 ‘넥스트 레벨’ 서비스로 각광
2018년 10월 출시돼 11인승 승합차(카니발)를 중심으로 운행한 ‘타다 베이직’은 기존 택시와 차별화되는 운송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택시보다 요금은 비쌌지만 돈 값을 하는 ‘넥스트 레벨’ 서비스를 보여줬던 셈인데요.

목적지를 가려 받지 않는다는 점과 넓고 쾌적한 공간, 친절한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었고 등장 1년여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습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 베이직이 700~800대를 넘어서던 시점 즈음부터 도로에서 타다 베이직의 카니발 차량이 본격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얘기하는데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큰 호응 속에 운행하면서 운행대수는 1500대 가량까지 늘었고 운영사였던 VCNC는 1만 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 예외적 규정 근거로 영업, 법원도 ‘합법’ 판단
모빌리티 혁신 모델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만 타다 베이직은 기본적으로 ‘기사 딸린 렌터카’에 가까운 모델이었습니다.

대중교통 수단을 제외하고는 전문적으로 돈을 받고 승객을 나르는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택시에게만 허용된 한국에서는 등장하기 쉽지 않은 사업 모델이었는데요.

타다 베이직은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법에 따라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불법 논란이 불거진 이후 검찰의 기소로 법정에 섰지만 법원(1심)으로부터도 ‘합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냈습니다.


● 영역 넓히며 결국 택시업계와 충돌
하지만 타다 베이직의 사업에 속력이 붙으면서 택시업계와 강력하게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법률에 근거해 합법 영업을 하고 있다지만 택시면허 없이 승객 유상 운송을 하는 사업이 자신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주장이었습니다.

법인 및 개인택시는 전국에서 약 25만 개에 이르는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이 면허는 지금도 일종의 재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수천 만 원에서 1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됩니다.

이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울 수 있었는데 타다 베이직의 등장으로 이런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을 택시업계가 두고 볼 수는 없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는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 타다 베이직은 불법화하고 ‘타입 1~3’으로 제도화

익히 알려진 것처럼 택시업계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결국 분신 사건까지 발생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만들어진 타다금지법은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법에 더 제한을 두면서 타다 베이직을 불법화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은 운송플랫폼 관련 사업을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 △플랫폼 중개사업(타입3)으로 제도화했다.

이들 3종류의 사업 가운데 타입2와 타입3는 기본적으로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타다 베이직처럼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사업 모델은 ‘타입1’의 형태로 영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습니다.




● ‘타다 베이직’ 대체하는 ‘타입 1’은 아직 걸음마 단계
하지만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활성화법’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타다 베이직과 같은 서비스가 아직 본격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을 기준으로 타입 1¤3은 각기 3곳, 7곳, 3곳의 사업자가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택시면허 없이도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타입1 사업자 3곳의 정식 허가대수는 레인포컴퍼니 220대, 파파모빌리티 100대, 코액터스 100대 등 총 420대에 불과합니다.

타다 베이직 운행 당시의 1500대가량에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일반 이용자의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온디맨드’ 기반의 영업을 하려면 서울로 영업지역을 한정짓더라도 기업마다 최소한 500대의 운행대수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허가대수가 적은 이들 기업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모습입니다.

실시간 호출 서비스가 불가능하니 법인의 전속 차량·기사 수요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하거나 개인들의 고정적인 예약운행 수요를 공략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결국 아직은 일반 이용자가 택시처럼 수시로 불러서 이용하던 타다 베이직과는 다른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 ‘혁신’ 중요하지만 기존 권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부
타다금지법이 만들어진 이유와 과정,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나 과제는 적지 않습니다.

타입1의 경우 사업자가 요금 결정에 자율권을 가지면서 기여금을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입이는데요.

택시면허 없이 사업을 하는 대신 △매출액의 5% △대당 월 40만 원 △운행 횟수당 800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납부하는 부담을 지는 것입니다.

이런 기여금은 기존의 택시면허를 정부가 사들여서 줄이는 ‘감차’와 택시업계 복지 등에 활용됩니다.

그리고 정부는 타입1 사업에서도 기존 택시와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는 사업 모델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2, 타입3는 물론 타입1도 사실은 ‘택시면허’라는 기존 권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셈입니다.

타다금지법이라는 대안을 만들면서도, 결국 택시면허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은 결국 정부나 정치권은 기존에 자신들의 영역이나 권리를 가지고 있던 이해관계자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택시면허’를 둘러싼 갈등은 사실 해외에서도 많이 빚어졌습니다. 그리고 택시업계의 승리로 끝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유난히 강력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택시업계에서 분신 사태까지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금지법 제정 직후 서비스를 중단했던 ‘타다 베이직’이 서비스 중단 대신에 ‘혁신 2라운드’에 돌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개정된 법 제도 안에서 정부, 택시업계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모델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입니다.

물론, 타다가 겪었던 지난한 일들을 생각하면 이런 의견은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생각으로 봐야하겠습니다.




● ‘좋은 서비스에 돈 더 낼 수 있다’는 강력한 수요 살려야
타다와 관련된 논란은 택시업계가 ‘좋은 서비스라면 더 많은 돈을 기꺼이 내겠다’는 이용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택시업계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택시요금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강력한 한계점이었습니다.

서비스 수준에 따라서 요금에 차등을 둘 수도 없고 기사 임금을 높이기 위해 마음대로 요금을 조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택시업계가 차별화된 서비스 의식을 가진 인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타다는 막아냈지만 스스로의 처우와 영업 여건을 개선하지는 못하고 있는 택시업계도 다양한 고객 수요와 모빌리티 업계의 변화를 잘 활용해서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우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셈입니다.
● “정부, 타다금지법 이후 후속 조치 잘 했어야” 지적도
갈등의 중재자로서 타다금지법을 내놓은 정부에게도 과제는 남겨져 있습니다.

사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법이 개정된 이후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커다란 진통과 갈등 끝에 마련된 법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이후에 정부가 얼마나 추가적인 노력을 했는지에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였습니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창업자는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당시에 언급했던 산업 혁신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추진되지 않았다. 선거 전에 급하게 법을 통과시키기만 하고 그 뒤에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없었다. 새로운 링만 만들어 놓고 추가적인 규칙이나 심판이 없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서 추가로 풀어야 할 규제나 금융적 지원책은 없을지, 타입1 사업자의 경우 어느 정도의 분담금을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지,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허가대수가 필요한지 등과 같은 ‘디테일’에서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갈등 속에서도 조금씩 발전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2년 전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어떻게 부르든 간에…

최근 여러 해 동안 택시 이용에서 호출 서비스가 확산되고 대형화·고급화와 더불어 이용자 리뷰 활성화 등으로 과거보다 서비스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타다는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자들이 등장해 ‘불친절하고 냄새 난다’고 비판 받던 과거의 택시를 바꿔놓고 있는 셈입니다.

타다와 기존 택시업계의 치열한 갈등을 정부와 정치권이 중재·정리한 결과가 타다금지법이었지만 사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뒷전에 놓였던 것은 ‘이용자 편익’이라는 가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더디더라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향상이라는 혜택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힘 아닐까 싶습니다.

올 1월, 타입1 사업자들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한 ‘모빌리티 혁신’의 시도가 앞으로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이용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가져다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