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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싹 비운 文대통령…尹 만남 등 정권이양 구상에 집중

입력 | 2022-03-20 07:3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2.3.1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일정을 최대한으로 비우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 등 정권이양 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일요일인 오늘(20일)을 비롯해 이번 주 일정은 화요일(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국무회의 외 아무것도 잡지 않았다. 통상 문 대통령은 월요일엔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왔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뉴스1과 통화에서 윤 당선인과의 회동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면서도 “당선인과의 회동이 어떻게 잡힐지 모르는 만큼 일정을 최대한으로 비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초 지난 16일 오찬 형식의 만남을 예정했으나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동을 연기한 바 있다.

이로써 향후 두 인사가 만나게 되면 이는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라는 대한민국 역사 페이지에 ‘가장 만남이 늦게 이뤄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3·9 대선 이후 만남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그간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은 대선 이후 10일 이내에 이뤄졌다.

대선 직후 내부 회의를 통해 “인수인계에 모범을 보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번 했던 것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신구(新舊)권력 간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회동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 속 지난 18일 윤 당선인을 향해 다시 손을 내밀었다. 당일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 측을 향해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말 것”도 지시했다.

이는 전날(17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을 비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것을 공개 질책하는 동시에 윤 당선인 측의 향후 행보를 최대한으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담은 조치로 읽혔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이 같은 날(18일) 이와 관련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양측 사이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듯했으나 아직까지 회동 소식은 무소식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주말에 회동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회동 불발 시 아쉬운 쪽은 당선인 측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감사위원 등의 인사 문제부터 사면, 청와대 이전, 정부조직법 통과와 같은 부분들에 대한 권한은 문 대통령 임기 종료 때까지 현 정부에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당선인과의 만남에 있어 긍긍할 게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말 국정 마무리를 갈등으로 종료하는 상황은 현 정부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권한 문제 등에 관한 원칙은 지키면서도 윤 당선인과 ‘대승적 만남’으로 정권교체에 따른 권력이양 과정에 있어 갈등 국면은 최대한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일단 만남을 갖자’는 데 방점이 있는 문 대통령은 일자는 물론 오·만찬을 비롯해 차담까지 어떤 형식이든 윤 당선인 측이 원하는 대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 ‘조건 없이’ 만남을 갖는 게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는 남은 기간 동안 퇴임 후 머무를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할 실무적 준비와 재임 기간 생성된 대통령 기록물 이관 작업, 내달 말로 예상되는 퇴임 기자회견 준비 등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말년 없는 정부’를 표방하고 임기 종료 때까지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문제, 북한과의 관계 등에 주목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외부 일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충남 아산시 소재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