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조지아의 아시아 혐오 범죄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들고 다니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어 보이는 이민진 작가.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54)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는 글을 기고했다. 지난해 3월 16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6명의 아시아계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각종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미 사회가 문제 해결을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초 소셜미디어에서 아시아계를 상대로 최근 공격 증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묻자 ‘집에만 머무르고, 나갈 때는 후추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여유가 없어도 무조건 택시만 탄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고 공개했다.
자신과 가족 또한 수없는 차별에 직면했다고 회고했다. 1977년 세 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해 금은방을 운영했던 그의 부모는 수차례 강도 및 절도를 겪었다. 이민진 또한 고등학생 시절 그 가게에 갔다가 마스크를 쓰고 총을 겨눈 강도 3명을 직접 맞닥뜨렸다. 그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총이 보인다”며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계가 미국에 도착한 순간 차별과 혐오에 직면하는데도 피해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도록 하는 방식은 지속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 눈은 여느 아시아인처럼 작지만, 그 눈 너머에는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 빛이 반짝인다”고 강조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