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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 틈새시장’ 외국인 대출 뛰어드는 은행들

입력 | 2022-03-21 03:00:00

전북은행, 외국인 신용대출 첫 도입…네팔-미얀마 등 11개국 출신 대상
최저 11%에 최대 2000만원 빌려줘
신한-KB국민, 최대 2억 전세대출…우리은행은 ATM 수수료 면제
금융권 “소매금융 새로운 수익원”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전북은행 외국인금융센터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현지 출신 직원들과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 등 11개국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 10%대 중금리로 최대 2000만 원을 신용 대출해 준다. 전북은행 제공

“나마스테(안녕하세요).”

네팔인 근로자 A 씨가 경기 수원시에 있는 전북은행 외국인금융센터에 들어서자 네팔인 직원 올리 사우드 카말라 씨(32)가 현지어로 인사를 건넸다. 생활비가 급했던 A 씨는 지난달 국내 대부업체에서 연 20% 금리로 6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전북은행이 연 10%대 금리로 외국인에게 대출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상담 끝에 A 씨는 연 12.17% 이자로 돈을 빌려 대부업체 빚을 갚았다.

은행들이 해외송금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대상 대출과 적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외국인 고객 공략에 나섰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는 은행권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틈새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그룹 계열사인 전북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 등 11개국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0만 원을 연 11∼15%대 금리로 빌려준다.

2017년에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만이 대상이었지만 지난해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외국인으로 대출 대상을 확대했다. 또 수원센터에 11개국 현지인 직원을 채용하고 서울 동대문구에도 외국인금융센터를 설립했다. 평일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주말에도 문을 연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신용대출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아 시중은행이 외면했지만 취업 비자를 받고 체류하는 동안 소득이 보장된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꾸준히 외국인 데이터를 쌓아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8949명의 외국인이 전북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 신용대출 잔액은 576억 원에 이른다. 전북은행의 캄보디아인 직원 훈 솟세타 씨는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대출받는 고객이 꽤 많다. 지난주에도 한 고객이 700만 원을 빌려 캄보디아에 송금했다”고 했다.




다른 은행들도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최대 2억 원까지 빌려주는 전세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 최고 1.85% 금리를 제공하는 외국인 특화 적금 ‘더드림 적금’도 내놨다. 만기 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만기 금액을 거래외국환은행으로 자동으로 송금해준다.

우리은행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외국인 공략에 나섰다. 만 18∼25세 외국인을 대상으로 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및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최대 전자지급결제사인 ‘윙(Wing)’과 손잡고 실시간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는 등 외국인 관련 서비스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 체류하는 200만 외국인은 포화 상태인 국내 소매금융시장에서 은행이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앞으로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는 점점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