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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려도 격리 못해”…이주 노동자 숙소서 집단감염 잇달아, 왜?

입력 | 2022-03-20 21:04:00

포천이주노동자 센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 중 상당수가 적절한 격리 치료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기존 주거 시설에서 확진되지 않은 이들과 섞여 생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0일 포천이주노동자센터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의 한 채소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근 기숙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료와 함께 지내고 있다.

기숙사라지만 비닐로 덮인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가건물에 불과하다. 평소 노동자 3명이 3~4평(9.9~13.2㎡) 방을 함께 쓰는데, 확진자를 위한 별도 공간 마련이 어려워 임시로 구획을 나눈 채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슬리퍼 등 생활용품 뿐 아니라 샤워장, 화장실 등도 확진자와 미확진자가 함께 사용 중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노동자 A 씨는 “건물 안에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도 안 되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측은 언어와 비용의 장벽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스스로 격리 장소를 구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한 이주노조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와도 공간분리, 동선분리는 언감생심”이라며 “알아서 약 먹으며 나을 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 집단감염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육류 가공·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한 숙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경기 남양주와 동두천 등의 이주 노동자 숙소에서도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가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타인과 접촉 차단이 어려운 환경인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언어 장벽 등으로 생활치료센터를 기피한다. 안내가 주로 한국어로만 이뤄지는 점도 입소가 많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추방의 두려움 속에 센터 입소를 기피하기도 한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대표는 “국가 전체의 방역을 위해서라도 이주 노동자 코로나19 전파 차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생활치료센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언어로 입소 상담이 가능한 콜센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고용주와 회사 측도 방역 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