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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만에 막내리는 靑시대…공원 만들고 등산로 국민에 개방

입력 | 2022-03-20 21:17: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한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일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 10일에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와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2022.3.20/뉴스1 © News1




“청와대를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청와대를) 국립공원화 하는 것이 맞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를 100%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11일 만에 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건국 이후 70여 년 동안 지켜온 권력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내려놓고, 국민이 함께 누리는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본관, 영빈관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綠芝園)과 상춘재(常春齋)를 모두 국민들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기자실 등 그간 청와대를 점했던 모든 공간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청와대를 국민에 전면 개방한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이어 “이렇게 되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경복궁,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의 등반로 역시 개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1년 9월 지어진 청와대 본관은 약 15만 장의 청색 기와를 올린 청와대의 상징 건물이다. 2층에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이 있다. 대통령의 생활 공간을 위해 1990년 10월 전통 한옥 형태로 지은 대통령 관저도 본관 인근에 있다. 본관 앞 잔디마당에선 국빈 환영행사가 열린다. 1978년 12월 준공된 영빈관은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국빈이 방문했을 때 오·만찬 등의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와 120여 종의 나무가 있다. 녹지원 주변엔 높이 16m, 수령이 약 150여 년 된 한국산 반송이 있다. 이곳에서 청와대는 매년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다. 상춘재는 전통적인 한식 가옥으로 1983년 4월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해 지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를 개방할 경우 서울 성북구 정릉부터 종로구 경복궁 인근까지 청와대 일대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저(청와대) 뒤에 옛날에 김신조가 넘어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들이 많은 걸로 안다”며 “경복궁 등 고궁 때문에 이뤄지는 경관 제한은 존속하겠으나, (청와대로 인한 개발) 제한은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 부지뿐만 아니라 통행이 금지된 일대 지역도 함께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북악산 등산로, 서울성곽 산책로, 광화문광장 등 청와대 일대가 국민들에게 온전히 환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 ‘역대 대통령 박물관’을 조성하면 명물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주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임기 시작과 함께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5월 9일 밤 12시 청와대를 비우고, 청와대의 각종 집기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등 정비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개방 시점은 조정될 수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이 취임한 뒤에도 한동안 청와대 영빈관을 이용할 여지도 남겼다. 윤 당선인은 “(현재 영빈관이) 1년에 몇 번 안 쓴다고 하던데 꼭 써야 하면 (청와대를) 공원으로 개방하더라도 이 건물은 저녁에 국빈 만찬 같은 행사를 할 때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 뒤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경복궁 주변을 산책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를 비우고 난 다음 국민 자격으로 청와대 경내를 한 번 관람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전이 실현되면 건립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벙커를 포함해 공간 전체를 일반인이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경내에 들어가려면 철저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마다 이를 의식해 청와대 개방을 시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 앞길을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통행할 수 있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와 접해 있는 북악산을 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고, 2020년 북악산 북측면 둘레길도 부분 개방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